1~2일 압수수색에 이어 세 번째 압수수색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지난 1일과 2일 이어 이날(5일)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이준동)는 5일에도 티몬과 위메프, 큐텐테크놀로지 사무실 등 3곳에 대해 사흘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주 진행한 사무실·주거지 10곳에 대한 압수수색의 연장선상에서 자료 확보를 이어간 것이다.
수사팀은 동시에 지난 1∼2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물, 2일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으로부터 확보한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하며 이번 사태가 어디서부터 초래됐는지, 경영진은 재무 위기를 언제 인식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1조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원의 횡령 혐의를 잠정적으로 적시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모회사인 큐텐 그룹과 티몬·위메프 경영진이 심각한 재무 위기를 언제부터 인식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거래 당시 약정된 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상대방을 속여 거래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해서다.
티몬과 위메프, 큐텐이 자금 경색 상황을 사전에 인식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은 적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는 최근 선불충전금 ‘티몬 캐시’와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대폭 할인 판매했는데, 무리한 프로모션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위메프는 지난달 11일 판매대금 정산 지연 문제에 대해 “시스템 문제”라고 밝혔고, 큐텐도 같은 달 17일 “일시적으로 일어난 전산 시스템 장애”라고 밝혔다. 이미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폭탄 돌리기' 식으로 사업 수명을 연장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애초에 큐텐 그룹이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를 사들인 뒤 무리한 판촉 행사로 거래량 늘리기에 매진했을 때부터 지금의 미정산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소비자를 묶어두는 '잠금효과'를 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적잖은 만큼 적자 영업을 했다는 것만으로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자금 운용과 관련해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계속적으로 이뤄졌다. 십수년간 누적된 행태였다”고 해명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경쟁 환경이 격화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건 있다”며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그 돈을 대부분 프로모션으로…(썼다)”라고도 언급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새로 들어온 판매대금을 기존 판매대금 정산에 썼다는 점은 상당 부분 드러난 사실인 만큼, 검찰은 이들이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을 인식했는지와 그 시점은 언제인지 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의 이를 어느 정도 입증하느냐에 따라 사기 혐의액도 현재의 1조원보다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흐름을 가장 잘 아는 '키맨'으로 알려진 이 본부장을 주요 관련자 가운데 가장 먼저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2년 치 통화 내용 녹음 파일이 들어있는 이 본부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이용 약관, 관련자 진술 등을 검토해 이들 회사가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대금을 운용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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