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 개인전 'Collecting Scenery' =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 숲과 집을 배경으로 이국적 회화 작업을 펼쳐온 이효연 작가의 개인전 'Collecting Scenery'를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유학 시절인 스웨덴 왕립 예술원에서의 경험에서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그의 작업은 인간의 내면과 공간의 정서적 교감이 중요한 북유럽 회화의 특징이 잘 반영돼있다. 스웨덴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기간 동안, 작가는 스웨덴의 숲을 거닐기를 즐겼다.
숲을 걸으며 작가는 열대의 야자수, 사막의 선인장, 극지방의 침엽수가 공존하며 현실의 법칙을 뛰어넘는 숲의 풍경을 상상해 보았다고 한다. 이후 무수한 생명체들이 풍부한 색채 안에서 생동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해진 풍경 작업을 시작했고 숲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작가는 키우던 식물들, 책, 그림 등 일상의 오브제들을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생명체로 보고, 평범했던 생활 공간을 생명력이 깃든 '실내의 숲'으로 집을 전환한다.
“자연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감각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 Paul C?zanne 폴 세잔
작가는 “최근 작업에서는 스톤더스트라는 재료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특유의 마티에르와 차분하고 깊은 발색이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작품 속 자연의 일부를 섞는 이 과정은 마치 숲을 걷던 흙 묻은 신발이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듯, ‘숲’과 ‘집’을 연결 짓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이라엘 더 트리니티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 안에서는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같이 수집돼 있는데, 저마다의 피사체를 보고 있자면 이내 고요한 몰입감에 빠져들게 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캔버스 위에 채집한 신비롭고 다정한 풍경에 들어가 관객의 서정성을 깨우고 마법 같은 이야기를 수집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 서울 LL층 더 트리니티 앳 그랜드 하얏트 서울.
길 후 GIl-hu, 현자 The Wise Man, 2014, Mixed media on canvas 캔버스에 혼합매체, 230x160 cm [사진제공 = 학고재]
원본보기 아이콘▲길 후 개인전 '불이(不二)' = 빌라쥬 드 아난티는 길 후 개인전 '불이(不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1년 학고재에서 개최된 '혼돈의 밤'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구작 10점과 새롭게 선보이는 평면 및 조각 50여 점으로 구성된다.
길 후는 만물의 근원과 감각의 영역을 초월하는 정신성을 수십 년간 탐구해 왔다. 고요한 깨달음의 순간을 담은 미륵불의 초상부터 세상의 창조적 에너지를 그려낸 유화, 이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조각까지, 하나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스타일의 작품을 관통하는 그의 예술적 화두는 바로 ‘깨달음’에 자리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 불학에 정진한 그는, 특히 불교에서 최고의 경지라 일컫는 ‘위 없는 완전한 깨달음(無上正等覺)’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깨달음의 세계를 우리는 ‘불립문자(不立文字)’라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교리나 언어로 진리를 헤아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천 년 간 여러 방편을 통해 이를 문자화하고 시각화해 왔다. 작가의 예술 세계 또한 언전불급(言詮不及)한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다.
길 후 GIl-hu, 현자 The Wise Man, 2022, Mixed media on canvas 캔버스에 혼합매체, 200x130cm. [사진제공 = 학고재]
원본보기 아이콘불교 경전 '유마경'에서는 대립을 떠난 경지를 ‘불이(不二)’라 부른다. 선과 악, 빛과 어둠, 내 것과 내 것 아닌 것의 경계가 사라져 일체 평등한 경지가 불이의 의미다. 번뇌가 즉 보리이고, 보리가 즉 번뇌라는 뜻이며 (煩惱卽菩提), 생사와 열반에 구분이 없음을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로써 표현하고 규정하는 행위 자체가 진리가 될 수 없음을 유마거사는 침묵으로 설하였다.
작가는 이러한 침묵의 세계를 시각 예술로 표현한다. 2010년대부터 선보인 '현자'와 '사유의 손'에서, 작가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인간의 삶에서 포착된 깨달음의 순간을 그려냈다. 인물을 전경에 크게 내세운 파격적인 구도와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선에서 그 어떤 주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양한 재료를 두텁게 쌓아 올린 표면은 마치 동굴 벽화를 떠올리며, 종교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요한 어둠 속에 자리한 인물은 열반의 빛을 느끼는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그를 둘러싼 주변과 하나 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작품 속 ‘현자’는 부처인 동시에 작가이기도,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바르게 보고 행하는 수행을 거쳐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2020년대부터 일필휘지의 에너지가 담긴, 선(線)적인 요소가 지배적인 유화를 선보여온 작가는 흩날리듯 켜켜이 쌓아 올려진 선에는 인연화합에 따라, 흘러내리거나 솟구쳐 오르는 고정불변한 진리의 모습을 담아낸다. 인간의 형상 같기도, 커다란 나무의 모습 같기도 한 형체는 꿈과 같은 우리의 삶을 연상시킨다. 현상의 모든 것은 우리가 매 순간 선택한 마음의 거울에 따라 그 모습과 느낌을 달리한다. 작가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마음의 세상임을 상기시킨다. 전시는 31일까지, 부산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빌라쥬 드 아난티.
The fashion show, 2024, Time Painting/Digital Painting, 3840x2160(px_가변크기), Single Channel Video, 5분 33초 [사진제공 = 표갤러리]
원본보기 아이콘▲김형수 개인전 '운동繪' = 표갤러리는 김형수의 개인전 '운동繪'를 진행한다. 작가는 전통적인 재현보다는 새로운 창조에 중점을 두는 독특한 예술가다. 그의 예술 철학은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김형수는 2022년 서울예술재단과 표갤러리가 공동주최하는 제6회 포트폴리오 박람회에서 7인의 작가로 선정, 단체전을 개최했고 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그의 작업은 영상의 미디어 작업을 회화로 풀어낸 점에서 기발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작품에 독창성과 감각적 깊이를 더하고 있어 현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지점에 있다. 그는 미술의 역사에서 재현의 역할이 이미 사진기에 의해 대체되었으며, 모더니즘 이후로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 조건 속 재현은 관습적인 코드와 판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운동경기, 2023, Time Painting/Digital Painting, 3840x2160(px_가변크기), Single Channel Video, 5분 25초 [사진제공 = 표갤러리]
원본보기 아이콘이러한 창조적 접근은 모더니즘 화가들의 자세와 맥을 같이한다. 모더니즘은 관습을 답습하지 않고, 화가의 감각을 투입해 물질 회화의 새로운 지점을 만들었다. 폴 세잔 이후 터치와 행위의 동작성은 회화에 물질적 흔적을 남겨 시간성과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다.
작가는 터치와 행위가 물질적 흔적으로 남아 감각될 수 있다면, 운동 또한 움직이는 감각으로 회화에 접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운동이 없다면 시간의 부피도 만들어지지 않으며, 운동이 곧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시간도 회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실험적 사고는 예술 세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는 불확실성 속 새로운 지점을 찾는 열망으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현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며, 예술적 발명을 통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시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길 표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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