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은 폭염이 농축산 및 수산물의 작황에 영향을 끼쳐 식량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열’을 뜻하는 영어 단어 ‘히트(heat)’와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한반도가 끓고 있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남 양산시의 최고 기온이 39.3도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3시 33분 경기 여주시 점동면 기온은 40도까지 올랐다. 열대야는 최소한 광복절 무렵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미국 국가환경정보센터(NCEI)는 올해 1~5월 한반도 일대와 지구의 평균 표면온도 격차가 1.39도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광범위하고 일관된 지구 표면온도를 처음 측정한 1850년 이래 최대치다.
국내 기온상승은 국내 인플레이션의 상방 압력을 단기적으로 높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상승률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진다. 아울러 1도 상승 충격이 1년간 지속된다면, 1년 후 농산물 가격수준은 2%, 전체 소비자물가수준은 0.7% 높아진다고 추정했다. 기후변화는 중장기적으로도 물가상승 압력과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더위는 실제 밥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주요 농산물의 8월 첫 주 가격이 평년보다 크게 상승했다. 제철 과일인 수박 1개 도매가격은 2만7230원으로 평년(1만7987원)보다 51.4% 올랐다. 배추 10kg(그물망 3포기) 도매가격은 1만5800원으로 평년(1만469원)보다 50.9% 상승했다. 무 20kg(67.8%), 당근 20kg(89.1%) 등도 평년 가격을 한참 웃돌았다.
축산·수산업계도 폭염 피해가 늘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6월11일부터 이달 3일까지 닭과 오리를 비롯한 가금류 23만5880마리, 돼지 2만1603마리 등 총 25만7483마리가 폐사됐다. 양식장에서는 6개 어가에서 넙치 5867마리가 죽었다. 어가(漁家)는 판매 목적으로 지난 1년 중 1개월 이상 수산물을 어획, 채취 또는 양식을 직접 경영한 가구를 말한다. 이처럼 폭염으로 인한 각 업계의 전반적인 생산량 부진은 원재료 가격의 상승을 초래해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히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이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는 2035년까지 지구온난화와 폭염으로 식품 물가가 연간 최대 3.2%포인트, 전체 물가는 연간 최대 1.2%포인트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국제 커피 원두의 가격 상승도 궤를 같이한다. 세계 1, 2위 커피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이 올해 들어 최악의 가뭄을 맞이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커피믹스 생산에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의 가격(6월 기준)은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t당 4141.4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달(2743.55달러)보다 50.95% 상승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의 가격(6월 기준)은 뉴욕상업거래소(ICE)에서 t당 5012.38달러에 거래됐다. 1년 사이 27.62% 오른 수치다. 이러한 가격 흐름은 이달 2일 스타벅스 코리아가 2년6개월 만에 그란데(473㎖), 벤티(591㎖)를 각각 300원과 600원 올린 이유 중 하나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35세 이하는 1년 세금 전액 면세"…청년 3할이 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