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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쪽지 예산’ 난무하는 기재부 예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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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예산요구서는 한도 지켰는데
정작 비공식 문서로 추가 증액 요구
법적 근거도 없는데 관행처럼 사용

[단독]‘쪽지 예산’ 난무하는 기재부 예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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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편성 과정에 이른바 ‘쪽지 예산’이 난무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주고받는 예산요구서는 한도를 지켜 작성하고, 비공식 문서에 예산 증액 사업을 써 제출하는 식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흔적도 남지 않아서 예산 편성이 비공식 경로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아시아경제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기재부가 각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서 23건을 입수해 들여다본 결과 ‘한도 외’, ‘문제 사업’이라 불리는 비공식 예산요구서의 존재가 확인됐다. 상당수 부처가 공식적인 통로로 제출하는 예산요구서는 지출한도 내로 작성하되, 기록이 남지 않는 별도 문서에 증액사업을 제출하고 있었다.

[단독]‘쪽지 예산’ 난무하는 기재부 예산실 원본보기 아이콘

예산요구서란 정부 각 부처가 5월 말까지 작성해 기재부로 보내는 일종의 ‘초초안’ 예산안이다. 각 부처는 기재부가 정한 지출한도에 따라 증액요구를 하고, 기재부는 이를 토대로 정부 예산안을 만든다. 다만 부처의 지출한도가 얼마인지, 얼마나 잘 지켜졌는지 등은 예산요구서가 기밀인 탓에 알 방법이 없었다. 기재부와 다른 부처는 대부분 ‘지출한도를 준수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비공식 예산요구를 따지면 지출한도를 훌쩍 넘기는 부처가 많았다. 농촌진흥청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예산요구서를 통해 요청한 올해 예산은 1조2841억원이다. 전년 예산보다 294억원 늘어난 것으로 기재부가 내린 지출한도 1조2841억원을 그대로 준수했다. 그런데 농촌진흥청은 비공식적으로 한도 외 예산 1021억원을 작성했다. 공식문서로 요청한 증액 규모보다 2.5배가량 많다. 예산요구서만 보면 2.3%로 증액을 억제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10.5%에 달하는 증액을 요구했다.


한도 외 예산에 주요 사업이 담기는 경우도 있었다. 기상청은 2022년도 예산요구서에 4525억원을 써냈다. 공식 문서에는 14개 사업의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175억원을 줄였고, 한도 안으로 예산을 맞췄다고 썼다. 동시에 기상청은 한도 외 예산요구서를 통해 522억원의 증액을 추가로 요청했다. 기상관측망 확충이나 차세대 항공교통 기술 개발 등 중점사업은 물론 한국판 뉴딜과 같은 국정기조 사업도 한도 외로 편성됐다.

법적 근거 없는데도 관행처럼 ‘한도 외’ 예산 요구

예산사업을 지키기 위해 비공식 증액요청을 활용하는 부처도 있었다. 병무청은 2021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지출한도 2478억원을 전액 요구했다. 예산 증가율이 3.2%로 낮다 보니 병무청은 ‘문제 사업 요구 계획안’을 세웠다. 기재부가 병력자원 감소를 이유로 강하게 예산 절감을 요구하니 일단 한도를 지키되 별도로 예산을 내자는 게 골자였다. 추가 증액예산은 92억원 규모로 식비·여비 현실화, 노후시스템 교체, 콘텐츠 제작 등이었다.


정부는 신규 사업을 계획할 때 한도 외 예산요구서를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사업은 예산실의 강도 높은 타당성 심사를 받는다.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본예산이 줄어들고, 다른 예산사업을 신청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부처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은 의무지출·계속사업을 일단 제출하고, 신규 사업은 따로 협의하는 게 예산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인 셈이다.


문제는 한도 외 예산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사실상의 ‘쪽지 예산’이라는 점이다. 국가재정법 32조에 따르면 예산은 ‘기재부 장관이 규정에 맞는 예산요구서에 따라’ 편성한다. 한도 외 예산은 관련 규정이 없다. 국가의 한 해 나라 살림이 법적 문서가 아닌 관행에 따라 편성되는 셈이다. 사후 감시도 어렵다. 정보공개청구 소송이 진행 중인 예산요구서는 결과에 따라 국민들이 열람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도 외 예산은 어떤 형식으로 얼마나 제출했는지 등을 사실상 알 수가 없다.


기재부는 ‘원칙적으로 한도 외 예산요구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당연한 절차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처가 혹시 한도 외 예산에 국정과제나 의무지출을 포함한 것은 아닌지 감독하거나, 심의 과정에서 한도 외 예산요구서를 비교하며 검증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한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한도 외 예산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부처에서 예산을 더 달라고 제출했는데 아예 안 볼 수는 없다”고 귀띔했다.


한편 예산편성 과정이 법적 절차에 맞춰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회계연도 결산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내고 “국가재정법상 예산의 원칙인 예산 과정의 투명성, 공개에 따른 효과, 과거 공개 사례 등을 고려해 예산 요구 현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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