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해외계열사 통해 조달"
5월 미정산금만 1700억원
'티메프' 판매자들 "구영배 구속해야"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모회사 큐텐그룹이 다음 달 중 해외 계열사를 통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판매대금 미정산금만 1700억원에 달해, 사태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들 사이에선 ‘줄도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큐텐, 700억 자금 조달 계획
28일 금융당국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 측은 금융당국에 해외 계열사인 '위시'를 통해 5000만달러를 다음 달 중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큐텐 측이 구상 중인 자금 조달 규모와 방안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시는 큐텐이 지난 2월 2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e커머스 플랫폼이다. 큐텐이 당시 인수 자금으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을 끌어다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위시 역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나 방식이 알려지진 않았다.
문제는 큐텐이 계획대로 700억원을 조달하더라도,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의 판매대금 정산은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지난 22일 기준 위메프 195개사 565억원과 티몬 750개사 1097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 5월 판매대금 미정산금만 산정한 것으로, 앞으로 도래할 6∼7월 미정산분이 추가되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판매자들 “줄도산 우려…구영배 출국금지 해야”
티몬·위메프 입점 판매자 50여명은 이날 서울 역삼역 인근 한 건물 사무실에서 대책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수사와 대책을 촉구했다. 정산대금이 물린 판매자 1000여명은 단체카톡방에서 대응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판매자들은 5∼7월 전체 판매대금 미정산분은 족히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파산하지 않으려면 당장 직원들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물론 직원들의 삶과 직원들 부양가족의 삶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핵심 책임자로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판매자들은 "구영배 대표와 회사 임원들을 즉각 출국금지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체 미정산 금액을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판매자에 따라 이달에만 최소 2000만원에서 많게는 70억원까지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전이나 여행 등 거래 금액이 큰 카테고리 영세 판매자 자금 상황이 심각하다.
현금 사정이 여의찮은 많은 영세 판매자들은 선정산 대출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충당해와 줄도산도 우려된다. 선정산 대출은 e커머스 플랫폼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이다.
위시·중국·지분매각…모두 불확실
큐텐이 위시를 통해 자금 확보 의지를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위시 또한 재무구조가 취약해 실제 자금 조달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자금 확보를 위한 여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으나, 모두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위시를 활용한 자원 조달 외에 '중국자금 600억원 지원설'도 거론되고 있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에게 중국자금 600억원을 담보로 대출해 보려고 한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지난 25일엔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가 “큐텐이 담보를 통해 대출을 받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자금 600억원 지원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현재 중국에 600억원의 자금이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으며, 구 대표는 물론, 큐텐 측에서도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설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외부 투자 유치다. 큐텐이 투자유치에 나설 경우 큐텐과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물류계열사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구 대표가 큐텐 지분을 추가로 내놓게 되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 대표는 위메프, 티몬 등을 지분 교환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큐텐 지분율이 5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종 책임자인 구 대표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한 번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금을 확보하려 하는데 쉽지 않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전부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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