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수사관에 40~50건 사건 배당
감찰의 고강도 점검 등 원인 지적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27일 일주일 새 일선 경찰관 3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모든 실적 위주 성과평가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직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초임 수사관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었나”라며 “현장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창설로 인해 내부에서는 인원 공백에 따른 부작용으로 현장의 고통에 대해 수없이 얘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직협은 “초임 수사관의 자살 선택 이면에는 경찰 수사 현장의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며 “국가수사본부의 전출 전 자기사건 책임수사제도, 감찰의 고강도 점검 등에 대한 업무적 스트레스로 인한 제도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직협은 “초임 수사관이 보통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았으며, 국가수사본부로부터 계속해서 사건을 감축하라는 압박만 받아왔다”며 “과·팀장 역량 평가 강화라는 미명 아래 과·팀장 인사 배제 조치,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 운영 등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30대 A 경위는 지난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경위는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다. 이러다 죽어', '죽을 것 같다. 길이 안 보인다', '사건은 쌓여만 간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 업무를 맡고 있는 40대 B 경감은 전날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됐다. B 경감은 평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과 소속 20대 C 경사는 지난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C 경사 역시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에서 일하던 40대 D 경감은 지난 19일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결국 사망했다.
경찰청은 일선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보고, 근무 여건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청 차장이 총괄하는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릴 것을 긴급 지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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