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카카오브레인, 지난해 764억 순손실
유상증자 통한 지원에도 AI 성과 부족 평가
"IT 기업 브랜드파워 잃은 건 큰 손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IT산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무리하게 엔터테인먼트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인공지능(AI) 개발 등 혁신이 사라지고 미래 먹거리 발굴 노력이 한계에 부딪힌 카카오가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혁신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가 성장하는 토대다. 하지만 카카오에서 혁신은 최근 수년간 자취를 감췄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설립된 카카오의 AI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지난해 순손실은 764억원으로 전년 318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107억원 수준을 기록했지만 손실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카카오브레인은 연구개발을 전담하기 때문에 순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카카오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증자를 통해 꾸준히 자금 지원을 해왔다. 지난 4월에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의 3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지난해 7월에는 700억원을 지원했다. 카카오가 카카오브레인에 대한 누적 출자는 2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 년에 걸쳐 카카오는 AI 개발을 위해 지원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코(KO)GPT 2.0'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카카오가 글로벌 무대는커녕 국내 AI 경쟁에서도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결국 자체 LLM 구축보다는 외부 LLM을 활용한 AI 서비스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통한 서비스 개발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5월 카카오브레인의 언어모델사업 부문과 서비스 종료가 공지된 AI 프로필 서비스 칼로사업, 톡채널 사업 등을 양수하기로 했다. 양수 목적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AI 모델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그룹사 구조 개편이다. 해당 사업부는 자산보다 부채가 36억원가량 더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연구 전략도 불안정했다. 카카오는 지난 4월 연구 조직을 개편했는데, 최근 AI 전략에 맞춰 조직을 또 바꿨다. 올해 1분기보고서를 보면 카카오는 조직 개편에 따라 연구개발 담당 조직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최고AI책임자(CAIO) 산하 조직,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구분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후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구성하고 AI 서비스 중심의 '카나나 엑스'와 AI 모델 개발 중심의 '카나나 알파'로 나눴다. CAIO 직책 대신 프로덕트 오너(PO)와 펑션 오너(FO) 투톱 체제로 바꾸고 이상호 전 CAIO가 AI 서비스 조직의 PO를 맡고 김병학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가 FO 직책을 겸직하도록 했다.
업계에선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구속으로 인해 카카오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상 중요한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AI 사업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 경쟁사에 뒤처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개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카카오는 개최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역량을 활용해 음악 산업으로 진출하려고 했던 카카오의 의도까지 잘못됐다고 지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창업자 구속으로 인해 지금까지 카카오가 쌓아 올린 IT 기업으로서의 브랜드파워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건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엄마, 코코아 먹을래요" 아이 말 '철렁'할 수도…...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