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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블록체인은 인터넷 권력을 재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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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8720억달러(약 2592조원).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정규장 마감 기준 아마존의 시가총액이다. 아마존 주가는 닷컴 거품이 붕괴하기 직전인 2001년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22억달러(약 3조446억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오늘날의 아마존의 위상을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미국공학한림원(NAE)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공학 업적 목록에서 인터넷을 13위에 올렸다. 라디오와 전화(6위), 에어컨과 냉장고(10위)보다 순위가 낮았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의 순위가 저평가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처럼 부지불식간에 혁신적인 기술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초기부터 혁신적인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1870년대 발명된 전화기는 짧은 거리에서 음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 당시 최고 통신 기업 웨스턴 유니온은 전화기의 기술을 매입하지 않았다. 전화기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198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인 도스를 채택한 IBM도 당시의 결정이 곧 폭발적으로 성장할 PC 시장의 주도권을 MS에 넘겨주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 했다.

'읽고 쓰고 소유하다(원제: Read Write Own)'를 저술한 크리스 딕슨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현재 컴퓨팅 분야를 주도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블록체인을 무시한다." 딕슨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a16z 크립토의 설립자다. 그는 아이폰이 세상을 바꿨듯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네트워크 환경을 바꿔 웹3.0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책 어때]블록체인은 인터넷 권력을 재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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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인터넷의 시대가 1990년대 초 시작됐으며 네트워크 설계 방식에 따라 세 시기로 나눈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 인터넷은 광고지를 모방한 웹사이트, 편지 쓰기를 확장한 e메일, 우편 주문을 연상케 하는 인터넷 쇼핑처럽 주로 인터넷 이전의 것들을 디지털화한 형태였다. 정보는 웹사이트에서 사용자에게로 한 방향으로만 흘렀고 '읽기 시대'로 불렸다. 또한 프로토콜 네트워크의 시대였다. 프로토콜은 컴퓨터를 통해 네트워크에 참여하기 위한 규칙의 집합을 뜻한다. 프로토콜은 컴퓨터간 소통을 가능케 한다. 이 시기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프로토콜이 인터넷 발전을 이끌었다. 웹 통신 프로토콜인 HTTP, 이메일 통신을 표준화한 프로토콜 SMTP 등이다. 초기 인터넷의 형태였던 프로토콜 네트워크의 특징이자 장점은 개방형, 무허가형이었다.중앙 중개자가 없으므로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이는 돈에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았다.


이용자가 늘면서 네트워크의 가치가 올라갔고 2000년대 중반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기업 네트워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기업 네트워크는 지난 20년 동안 이용자를 크게 늘림으소써 인터넷 성장에 기여했다. 애플이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은 기업 네트워크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스마트폰의 킬러 앱으로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기업 네트워크의 해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딕슨은 2010년대 초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개발자의 접근을 막았다고 지적한다. 기업 네트워크가 자신이 것을 움켜쥐고 내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앱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급격히 줄었다. 오늘날에는 상위 1%의 소셜 네트워크가 소셜 네트워크 웹 트래픽의 95%와 모바일 앱 사용량의 86%를 차지하는 실정이라고 딕슨은 지적한다. 결국 최근에는 지나친 기업 네트워크의 장악에 따른 해악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딕슨은 기업 네트워크의 해악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제안한다. 그에 따르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프로토콜 네트워크의 사회적 이점과 기업 네트워크의 경쟁적 이점을 결합한 형태다. 딕슨은 블록체인 기술이 네트워크의 근간을 이루면 더 공정하고, 더 오래가며, 더 복원력 높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잘 알려져있듯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했다.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암호화한 블록을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체인처럼 분산 저장하는 보안기술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공개한 블록체인 관련 논문에서 새로운 종류의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을 '신뢰 대신에 암호 증명에 기반하여 임의의 자발적인 두 사람이 신뢰받는 제삼자의 개입 없이 서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전자 지불 시스템'이라고 기술했다. 제삼자의 개입이 없는 거래 시스템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힌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인터넷 접속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허가 없이 블록체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토시 나가모토가 허가 과정이 있으면 기존 금융 시스템 은행에서처럼 특권을 가진 중개자가 나타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딕슨은 블록체인을 통해 초기 인터넷의 개방성과 무허가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블록체인과 네트워크 환경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기술적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다면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 하더라도 불과 약 30년 만에 우리의 일상을 장악한 인터넷의 발전 단계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딕슨은 블록체인이 파괴적 혁신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문장을 덧붙인다. "파괴적 혁신을 깨닫지 못한 기업들이 그 혁신을 파괴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읽고 쓰고 소유하다 | 크리스 딕슨 지음 | 김의석 옮김 | 어크로스 | 388쪽 | 2만2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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