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 중간처리장 '소각제로가게'
분리배출 관심·의식 높이는 효과까지 노려
마포구 "쓰레기 줄이는 거시적 해법을 찾아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앞 ‘소각제로(ZERO)가게’.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포에만 있는 이 시설은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용 쓰레기 중간처리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재활용품을 분류하고 처리하는 시설을 넓이 9m, 폭 3m짜리 컨테이너 안에 들여놔 공간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 설치가 가능하고, 이동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캔, 플라스틱, 종이 등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고 세척, 분쇄, 압착, 파쇄 등을 할 수 있는 설비들이 마련돼 있다. 작은 압착기에 알루미늄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납작하게 누르고 칼집을 내 재활용 쓰레기 부피를 최대 8분의 1까지 줄여준다. 주민들이 이곳에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와 버리면 품목별로 무게당 포인트를 적립해 현금이나 포인트로 받아서 쓸 수 있다.
환경보안관으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서강문(70)씨는 “소각제로가게를 찾아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분리수거 중요성에 대해 배워간다”며 “개인적으로는 노인일자리로 직업도 얻고, 하는 일에 대해서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1곳에 불과했던 소각제로가게를 이달 6곳이 더 늘었다. 마포구는 소각제로가게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32곳, 내년까지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화영 마포구 자원순환팀장은 “소각제로가게는 분리배출에 대한 관심과 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매우 크다”며 “200세대 미만 소형 아파트단지 위주로 소각제로가게 설치에 힘쓰고 편리하게 분리수거가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쓰레기와의 전쟁을 가장 치열하게 벌이는 곳이 마포구다. 쓰레기 감량이나 효율적인 재활용은 모든 자치구에 중요한 문제지만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립을 반대하는 마포구의 입장은 더 절박하다. 마포구가 사업장폐기물 배출자 신고 처리 강화, 커피 찌꺼기 및 폐 봉제 원단 재활용, 의류 등 재활용 확대, 소각제로가게 확대 운영 등을 폐기물 감량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올해 생활폐기물을 1만t 이상 감량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절박함이 배경에 있다.
구가 올해 내건 생활폐기물 감량 목표치 1만862t은 지난해 발생량의 21.4%에 해당할 만큼 많은 양이다. ‘불에 태우는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 소각장을 추가로 짓지 않아도 되니, 그 대안을 마포구가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게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주장이고, 하나씩 이에 대한 실행방안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마포구청 광장에 처음 설치했다가 최근 마포중앙도서관 앞으로 옮겨 온 소각제로가게 1호점은 마포구의 그런 의지에 상징과도 같은 시설이다. 박 구청장은 “쓰레기를 무조건 매립, 소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 쓰레기를 올바르게 처리하고 줄이는 거시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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