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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부채공룡]③연료비연동제 '유명무실'·요금결정 독립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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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내릴때만 연동제 작동
국제유가 오를 땐 '물가 상승률·생활안정 감안'
독립성 강화 여전히 "검토중"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해 분기마다 연료비 변동분을 주기적(3개월)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가 2020년 12월 확정·발표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의 골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기존 전기요금 체계가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적시에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원가변동 요인과 전기요금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유류의 무역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직전 3개월간 평균인 '실적연료비'에서 직전 1년간 평균인 '기준연료비'를 분기마다 반영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서울 한 상가 건물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한 상가 건물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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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2021년 첫 적용…"내릴 때만 작동"

한전은 연료비연동제 도입 첫 분기인 2021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kWh) 당 3원 인하했다. 2020년 하반기 유가 하락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 탓에 0.2원을 올려야 했던 2분기에도 정부의 통보에 따라 조정단가를 -3원으로 유지했다. 연료비 연동제가 가격을 내릴 때만 작동하면서 제도가 시작부터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에도 한전은 2021년 1분기 실적연료비가 1㎏당 446.5원으로 기준연료비(338.9원) 대비 107.6원(31.7%) 올라 kWh당 24.6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다만 조정요금은 최대 ±5원 범위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 3원 인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할 필요성 등을 감안해 동결하라"고 통보했다.


이 같은 일은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2022년 2분기 38.7원을 올려야 했음에도 동결됐고, 3분기 38.5원 인상 필요성이 있었지만 5원 오르는 데 그쳤다. 연료비조정요금은 이때부터 올해 3분기까지 9분기 연속 +5원이 유지되고 있다.

전기요금보다 먼저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한 도시가스도 여전히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정부는 민수용으로 사용되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의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며 "이 결과 천연가스 도입 가격이 대폭 상승한 2022년에 업무 난방용 도시가스 요금은 73.2% 인상됐던 반면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18.3% 인상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 8월부터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요금을 MJ(메가줄)당 1.41원(6.8%)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주택용·일반용 도매요금을 올린 지 15개월 만이다. 유 조사관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6월 유럽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현물 시장 가격은 MMBTU당 10.8달러로 지난해 3분기 가격(10.6달러)을 넘어서는 등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며 "이는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의 천연가스 도입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측면을 반영한 것으로 최근의 요금 인상 효과(수익개선)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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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국정과제 '요금결정 독립성 강화'…산업부, 여전히 "검토 중"

윤석열 정부도 '전기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출범 당시 '전기요금 규제기관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2022년 10월 '전력시장·요금,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당초 용역 결과를 8개월 뒤인 지난해 6월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올 5월에서야 결과가 나왔다. 이 사이인 지난해 10월 김동철 한전 사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난 독립기구 설치 논의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용역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제언했다. 보고서는 "현재 전기위원회의 경우 조직 및 기능 등의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외국의 규제기구들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비교해도 매우 취약하다"며 "향후 전기위가 독립적인 규제기구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 규제기구가 전기요금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전력산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산업부 장관의 권한인 전기공급약관의 인가권을 전기위에 부여해 독립적인 규제기구로서 전기요금을 규율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언한다"고 명시했다.


1년7개월 간의 장기간 연구를 통한 보고서의 결론도 '전기위 독립성 강화'로 나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며 관련 안건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어떤 방안을 세우지 않았고, 언제까지 결론을 낼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정부가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에너지 분야도 시장 논리가 작동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개발했어야 하는데, 역대 정부가 가장 손쉬운 요금 통제 수단을 쓴 것"이라며 "전기요금 결정체계의 독립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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