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서 사퇴 목소리 빗발치는 상황 유사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앞두고 지지율 20%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저조한 지지율로 정권 퇴진 위기에 처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가 기시다 총리의 거취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지지통신은 23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처한 정치적 상황의 유사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단으로 일본 정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쳤던 것처럼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가 저조한 지지율로 퇴진 위기에 직면한 점을 조명한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의 여파가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은 보수 성향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과 진보 성향 주요 언론인 아사히신문, 보수 성향 산케이신문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모두 20%대에 머물렀다. 이달 초 지지통신의 면접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5.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아소 다로 부총재와의 회동을 비롯해 중의원(하원) 모임에 참석하는 등 당내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며 총재 선거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지난달 잡지사 '문예춘추'의 온라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 자신이 파벌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며 "이대로는 정권이 교체될 것이란 위기감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TV 토론 참패 이후 민주당 내부는 물론 측근들에게서조차 사퇴 압박에 시달린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로 오는 11월 대선까지 남은 3개월간 미·일 동맹 관계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레임덕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일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빈틈이 생길 경우 흔들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 하차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최선의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고 믿는다"며 "일본과 미국의 동맹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만큼 관련 (대선)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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