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례 변경할 필요성이 인정 안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여성을 협박해 강제로 나체 사진을 찍게 한 혐의(강제추행)로 추가 기소되자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조씨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조씨는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건 만남’을 해주겠다는 빌미로 여성을 유인한 뒤, 피해자가 조건 만남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나체 사진을 촬영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씨에게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 형법 298조가 적용됐다.
조씨는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폭행’이나 ‘협박’의 의미가 모호해 헌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헌재 선례를 변경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합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대법원 판결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짚었다.
헌재는 “이러한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나 입법 취지, 법질서 전체, 다른 조항과의 관계 등에 비춰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강제추행죄의 죄질에 비춰볼 때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지 않고, 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하지 않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는 법원에서 일관되게 유죄로 인정됐고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이 확정됐다.
한편 조씨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 명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이른바 ‘박사방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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