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선거자금 부족 보고받고 심야 가족회의
사퇴 결정 후 취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대선 승리 가능성이 희박하고 선거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내부 보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48시간 사이 완주에서 사퇴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자신으로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는 당내 우려를 결국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전략가의 말을 미국 CNN 방송이 인용해 보도했다.
경합주 중심으로 트럼프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동시에 민주당에선 30명이 넘는 의원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선거자금을 대는 '큰 손'들은 물론 일반 당원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버티면서 역전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이 실패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리셰티 고문과 마이크 다닐로 수석 전략가는 결단 하루 전 만나 이런 실태를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리셰티 고문과 다닐로 전략가의 보고에 모금실적과 선거본부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담겼다고 전했다.
여론조사는 지난주 바이든 선거본부 의뢰로 2개월여 만에 시행된 것으로 매우 비관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개 핵심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질 뿐 아니라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버지니아주와 뉴멕시코주 등지에서조차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담겼다.
선거자금 조달이 대선 때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자체 평가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밤 가족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족회의를 통해 중대 결단을 내리는 편이다.
당내 우군들로부터 느낀 사퇴 압박이 더는 감내하기 어려워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결정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은 첫 TV 토론에서 참패한 후 3주간 거듭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바이든의 이너서클은 최측근과 가족들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NN은 델라웨어 사저에서 하루 반 동안 민주당에 반세기 넘게 충성했던 한 바이든 자신이 선거에 걸림돌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을 마침내 인정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된 것으로 묘사돼 온 그는 막전과 막후에서의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은 '명예'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사퇴 압력이 거세지면서 조금 더 버티다가는 강제 퇴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폴리티코는 "더 많은 당내 원로가 압박을 가해올 것이란 걸 아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사퇴는 대통령이 이 결정을 자기 뜻대로 내린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최선의 기회였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가족회의를 하고 사퇴를 확정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났을 때 델라웨어 사저에는 질 바이든 여사와 다른 두 보좌관만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어 21일 오후 1시 45분을 전후해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 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대선후보 사퇴 성명을 게시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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