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논란' 바이든, 선거 석달 앞두고 사퇴
해리스 부통령 지지…클린턴 등 지지 잇달아
트럼프 "바이든보다 이기기 쉬워"
공화, 해리스 공세 수위 높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고령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27일 대선 TV 토론 참패 후 당내에서 전방위적으로 대선 출마 포기 압박을 받아온 지 25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지지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와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동참하면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수로 '해리스 추대론'에 무게가 실린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을 앞둔 현직 대통령이 사퇴하는 초유의 상황으로 미국 대선판이 안갯속으로 들어간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토론 졸전' 바이든, 고령 논란으로 결국 사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내 정당과 국가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 남은 임기 대통령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의 대통령으로 봉사한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이번주 후반 내 결정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X에 올린 후속 게시물에서 "지난 2020년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건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난 카멀라가 올해 우리 정당의 후보가 되도록 모든 지지를 표명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원 여러분, 이제 함께 모여 트럼프를 이길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토론 당시 말을 더듬고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고령·인지력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토론 이후 민주당 내에서 대선 패배 우려가 짙어지며 후보 교체론이 불거졌고, 지난달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며 당내 위기의식은 더 커졌다. 민주당 의원 30여명이 공개 사퇴를 요구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원로가 직간접적으로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이에 대선 완주 의사를 밝히며 한 달 가까이 버티던 6선 상원의원 출신이자 정치 9단인 바이든 대통령도 끝내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트럼프를 이기기엔 너무 늙고 노쇠하다는 깊은 우려 속에 레이스에서 물러나라는 측근들의 집요한 압력에 굴복했다"며 "바이든의 사퇴는 (민주당이) 해리스를 중심으로 결집할지 아니면 대선 후보로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한 신속한 노력을 시작할지를 놓고 위기를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美 민주 새 대선 후보 선출 돌입…해리스 추대냐, 미니 선거냐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 포기를 공식화하면서 민주당은 새 대선 후보 선출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대선이 불과 석 달 앞으로 다가왔고,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지지하면서 민주당 새 대선 후보 선출 방식으로 '해리스 추대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미니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하고, 민주당 내 잠룡들이 대선 후보 출마 의지를 표명할 수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선출 최종 시한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다음달 19~22일이다. 당초 민주당은 일부 주(州)의 후보 등록 시한을 고려해 다음달 7일까지 대선 후보를 확정하려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차기 후보 선출 일정과 방식은 향후 논의 과정을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군으로는 해리스 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민주당 내 혼란을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리스 부통령 추대가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대선 후보직 전격 사퇴를 발표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지지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분석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민주당 원로와 민주당 의원들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잇달아 표명하며 힘을 싣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은 이날 X를 통해 "지금이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고 그녀가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싸울 시간"이라며 "해리스를 지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가 될 경우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선거 자금 승계 절차가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인도계 흑인 여성으로서 지지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며 "후보로 지명돼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vs 해리스 구도 되나…공화, 해리스 공세 수위 높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의사 표명과 함께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공식화하자 즉각 공세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부패한 조 바이든은 대선 출마에 부적합했다"며 "그는 확실히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고, 적합한 적도 없었다"고 일갈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이날 CNN 방송에 "해리스는 오는 11월 선거에서 바이든보다 이기기 쉬운 상대"라고 평가절하했다.
미 현지 언론은 공화당은 이미 지난 15~18일 열린 전당대회 당시부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화당은 지난주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160여차례 소환했다. 2020년에는 해리스 부통령을 약 20차례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7배나 많이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본선 경쟁력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입소스가 지난 16일 미국 유권자 9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지지율 44%로 동률을 이뤘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41%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3%)에게 2%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공화당은 이미 바이든이 물러설 경우 해리스를 민주당을 이끌 대안으로 지켜봐 왔다"며 "해리스는 오랫동안 여성, 젊은층, 유색인종 유권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은 잠재력을 가진 중요한 인물로 여겨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선거에서 물러나 해리스를 새 민주당 후보로 지지하기로 한 결정은 최초의 여성이자, 유색인종 여성 부통령이 된 해리스에게 역사를 만들 또 다른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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