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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심스러운 신호는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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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심스러운 신호는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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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부족, 번지는 패닉바잉' vs '국토부, 서울·수도권 주택 공급 충분'.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문구들은 지난주에 쏟아졌던 부동산 기사의 제목이다. 전자는 민간업체의 수치를 바탕으로 한 진단이고, 후자는 정부가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반박이다.


기사가 극과 극으로 갈린 원인은 정부와 민간이 추정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1만4000가구나 차이가 난 데 있다. 국토교통부는 3만7897가구가 공급된다고 했지만 부동산R114는 2만3830가구를 예상하는 데 그쳤다. 내년에는 이 격차가 2만3000가구까지 커진다. 국토부는 4만8329가구를, 부동산R114는 2만5067가구를 전망했다.

양측 간 추산이 크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수치에는 공공주택 입주 물량과 소규모 정비사업 물량, 30가구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까지 포함돼 있다. 이를테면 올해 7000가구, 내년에 1만5000가구에 달하는 역세권 청년주택도 물량에 넣는 식이다. 반면 민간은 좀 더 엄격하다. 입주자 모집공고만을 기준으로 해 입주 물량을 파악한다.


집계 방식 탓에 격차가 생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라고 지적하는 주택 유형은 '민간 신축 아파트'라는 점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비교적 신축이 많은 마포구와 성동구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하고, 선매수 사태가 벌어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통계처럼 특정 가구, 그것도 조건이 맞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청년임대주택을 공급 물량이라고 여기는 서울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한국부동산원은 지난주(15일 기준) 서울 집값 상승률이 0.28%로, 5년10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 되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환자'에 비유할 만하다. 그런데 같은 환자를 두고 의료진 격인 공공과 민간기관이 진단부터 반대로 내리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만무하다. 정부 대책이 나온 직후 한 부동산 전문가가 "민간과 공공 아파트 입주 방법론 통일이 필요하다. 상이한 추산방식이 시장에 혼선을 주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은 것도 이유가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국민에게 "우려하지 말라"는 국토부가 더 우려스러울 정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승인하겠다고 한 공공 주택사업 목표는 10만5000가구다. 그런데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승인된 주택은 단 94가구뿐이다. LH는 하반기에 늘어날 거라고 하지만 목표에 얼마나 근접할지는 두고 봐야 안다. 더구나 LH가 직접 짓는 건설임대주택의 경우 올해 승인해도 4~5년 후에나 완공될 물량들이라 당장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긴 힘들다.


민간사업자가 주택을 지으면 LH가 이를 사서 국민에게 빌려주는 매입임대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내년까지 13만가구를 공급한다고 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질지 미지수다. LH가 매입공고를 내도 고금리와 규제 탓에 짓겠다는 민간사업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시장이 불안해질수록 정부가 나서서 주택 공급 신호를 주고 안정화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그 신호를 신뢰해야 약발이 먹힌다. 긴가민가하는 신호는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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