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죽으라는 거다"…폭우에 배송전쟁 뛰어든 기사들 '탄식'

택배 노동자 급류 휩쓸려 사망하는 사고도

수도권에 거센 비가 퍼부으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벌어진 가운데, 이런 날씨에도 일부 택배 기사들이 배송 업무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8일 KBS는 국내 한 유명 물류업체 소속 물류센터에서 택배 배송을 준비하는 기사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 내에는 약 50명의 배송 기사들이 비에 젖은 택배 상자를 짐칸에 옮기고 있다. 영상에서 한 기사는 "이건 죽으라는 거다"라며 혼잣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해당 물류센터 배송 기사들은 악천후로 인한 안전 우려를 제기했으나, 빗줄기가 잠시 약해진 사이를 틈타 배송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우 속에서 배송을 준비하는 기사들의 모습 [이미지출처=KBS 방송 화면 캡처]

기상청은 이날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를 발효했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외출, 차량 운전을 자제하고 하천 근처에서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강우량이 늘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기도 했다.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수락지하차도~성수 JC), 내부순환도로 성수방향 일부 구간(마장~성동), 증산교 하부 도로 교통이 통제됐다. 서울 시내 주차장 4곳의 진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실제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택배 기사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9일 오전 5시10분께 배송업체 일용직 노동자인 40대 여성 A씨는 경북 경산시 한 소하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송을 못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끝으로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악천후 속에서 야외 노동을 하는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7일 16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빈번해지는 기후재난 속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노동자 시민의 기본권 보호"를 촉구했다.

이들은 "극한의 기후일수록 추가 배달운임과 프로모션을 통해 더욱 배달노동자를 재해 위험으로 유인하는 배달 플랫폼 기업의 정책,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부재로 매일 생명을 걸고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