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20% 안팎 불확실한 사업
시추 5회 아닌 1회 단위로 판단
사업비 예타기준 안넘어
정부가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시추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유망구조(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는 구조)의 시추 사업이 실제 개발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한 만큼, 사업을 5회(5000억원)가 아닌 1회(1000억원) 시추 단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공공기관의 사업에 대한 예타는 총사업비 2000억원 이상부터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경북 포항만 영일만 앞바다의 시추 사업이 예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석유공사의 유전개발 출자사업은 공공기관 예타 기준인 총사업비 2000억원을 넘지 않는 데다가, 2000년대부터 지속해온 사업으로 신규 사업이 아니어서 재정 예타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예타는 대규모 신규 투자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해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진행하기 위한 절차다. 총사업비 2000억원 이상, 국가재정지원금액과 공공기관 부담금의 합이 1000억원 이상인 경우 조사 대상이 된다. 시추공 하나를 뚫을 때마다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되지만, 공공 예타의 총사업비 기준인 2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시추공을 최소 5개 뚫어 실제 석유와 가스를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사업을 1회 시추 단위로 나눠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첫 시추 이후 곧바로 자원이 발견돼 개발과 생산에 돌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탐사 성공률이 20% 안팎인 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정부 관계자는 “시추·개발·생산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서 진행된다면 수십조 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이므로 시추 전에 한꺼번에 예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며 “그렇지만 시추는 실패 가능성이 더 큰 만큼 개발과 생산 단계에 반드시 돌입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추를 1회 진행하고 나서 종료할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석유공사와 액트지오는 자체 보유 기술을 이용해 자원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인 만큼 직접 해저 땅을 파는 탐사 시추 과정 이후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또 시추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도 보기 어려워 일반적인 예타를 의미하는 재정 예타 대상도 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해당 사업은 석유공사가 진행하는 유전개발에 대한 정부의 출자사업인데, 탐사와 관련한 정부의 출자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자원 탐사와 관련해 정부의 출자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돼 온 만큼 이를 신규 사업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설사 예타를 하더라도 경제성 분석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다. 실제로 2020년 정부는 동해 가스전 6-1광구 중부와 동부 가스전 인근 지역 탐사를 위한 예타를 진행했다. 2022년까지는 공공기관 예타 대상 기준(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기관·정부부담액 500억원 이상)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조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성 조사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2021년 생산이 종료된 가스전 탐사 사업을 위한 예타 과정에도 KDI는 당시 경제성 분석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탐사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들인 비용 대비 경제성을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매번 시추 건별로 신규 사업으로 봤다”면서 “과거 사례를 보고 합리적으로 설명이 될 수 있는 범위에서 (예타 진행 등을) 보겠다”고 밝혔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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