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에 채소값 급등
극한 호우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속출하면서 밥상에 오르는 채소류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상추·시금치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엽채류가 폭우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품질 저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채소발 가격 상승이 잠잠했던 소비자물가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물가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전월 대비 농산물 도매가격 상승률은 청상추 289.7%, 오이 216.3%, 시금치 130.2%에 달했다. 깻잎 96.6%, 애호박 65.4%, 청양고추 55.9%, 무 30.9%, 배추 27.4% 등 주요 채소 가격도 줄줄이 뛰었다. 특히 청상추는 한 달 새 가격이 4배, 시금치는 2배 이상 오르는 등 저장성이 떨어지는 엽채류의 가격 오름폭이 컸다. 폭염 끝에 찾아온 극한 호우(시간당 50㎜ 이상 내리는 비)로 인한 출하량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이 진정세를 보이던 채소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7월 들어 지난 16일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 신고된 농작물 재배지 침수 피해 면적은 1만1175㏊로 집계됐다. 전남권 전역에 피해가 집중됐던 16일 하루(오후 6시 신고 기준)에만 전국에서 매몰되거나 침수된 농경지는 279㏊로,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에 달했다. 문제는 당분간 중부와 남부 지방에 호우가 지속되면서 농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올해 장맛비가 평년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뿌리고 바람도 거셀 것으로 예보했다. 수도권에 물폭탄을 쏟아낸 정체 전선이 전날 밤부터 남하해 오는 19일까지 충청 및 남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극한 호우는 시설채소뿐 아니라 배추나 무와 같은 노지채소에는 최악의 생육조건이다.
정부는 이번 호우가 안정화된 물가 흐름을 재차 자극하는 악재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2.4%)는 석 달 연속으로 2%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며,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로 2.6%를 제시하며 물가가 2% 초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계속된 폭우로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국제유가도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될 전망이어서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8~9월 폭염과 태풍, 추석 등 계절적 요인과 함께 유가 상승 등으로 대외악재가 더해져 물가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폭우 영향으로 채소류와 일부 과일류의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가격불안 품목 동향을 모니터링해 관련 부처와 수급 관리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격 방어를 위해 추석 명절을 앞둔 내달 중 추석 성수품 할인 행사 등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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