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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수도권 가로막힌 송전…주목받는 바다 우회로 ‘U자 튜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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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서 생산된 전력, 바다 삼면을 돌아 운송
육로 통한 송전 어려워지자 나온 복안
운송 케이블 등 상당한 비용은 숙제
"전기료 절감 위해 효율적 공급이 중요"

동해에서 생산된 전력을 바다 삼면을 돌아 수도권으로 운송하는 ‘U자 튜브안’이 정부와 전선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동해안에서 내륙을 통해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까지 송전하는 방안이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로 어려워지자 비용이 들더라도 해저로 연결하는 방안이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특히 향후 20년간 약 300조원을 들여 2042년까지 조성하기로 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U자’형 송전은 진지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동해·수도권 가로막힌 송전…주목받는 바다 우회로 ‘U자 튜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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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U자 튜브안’은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가 지난 5월 제11차 실무안(2024~2038년 적용)을 내기 위해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제시됐다. 이 방안은 동해상 또는 동해안에서 발생한 천연에너지를 활용해 만들어낸 전력을 육지로 끌어오지 않고 바다를 따라 동해, 남해, 서해를 거쳐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방안이다. 동해에선 화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이 상당하다. 최근에는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해가 전력 에너지의 ‘보고(寶庫)’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해상에서 이뤄지는 풍력발전은 모두 ‘해상부유식’으로 이뤄져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최대 1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서해, 남해와 비교해 수심이 깊은 동해에선 바다에 물체를 띄우고 터번을 설치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인 해상부유식만 가능하다. 이 전기를 해안까지 끌어오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 부담스럽다.

U자 튜브안은 이런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한다. 전기를 동해안으로 가져가지 않고 곧바로 긴 해저케이블 등을 이용해 남해와 서해를 거쳐서 수도권으로 옮길 수 있다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이 얕아 전력을 육지까지 운송하기에 용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U자 튜브 안을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해 민간개발자들과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연내에 관련 초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내륙 송전 막힌 동해안 발전소

U자형 튜브 안이 제기된 배경엔 내륙을 통한 송전의 어려움이 있다. 발전지역과 전력수요지역이 달라 현재 동해안 일부 화력발전소는 송전탑 건설이 지지부진해 발전량을 크게 줄인 상태다. 약 20~30%까지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해상풍력발전까지 동해에서 진행될 경우 송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추가로 짓는 발전소와 늘어나는 발전량에 맞춰 송전선로를 늘린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송전선로의 사용 우선권은 원자력발전소에 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발전까지 아우르지 못해 송전망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육지를 가로질러 만드는 송전선로는 지나가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반발이 또 만만치 않다. 주민들은 안전상의 문제와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하며 송전선로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해에선 화력, LNG 발전 등이 있는데 이를 서울로 끌고 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U자형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U자형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까지 육로로 빠르게 운송하기 위해 2026년 6월까지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준공하기로 하는 등 전력공급망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효율적인 공급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을 얼마나 비용을 절감하면서 운송하느냐 여부는 전력의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기도 운송 때 비용이 많이 들면 그만큼 요금이 비싸진다. 전기요금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앞으로의 공급 체계와 현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업계에서 있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지금 경매시장에서 전력을 사려면 ㎾h당 약 210원이 든다. 반면 대만 TSMC는 130~14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은 TSMC로 하여금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전력수요량 경매제도를 운영해 요금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전력은 2015년 5월부터 대만 전역의 전력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경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TSMC 같은 고압, 대량의 전력이 필요한 주요 대기업들은 경매 입찰을 통해 확보한 전력을 되팔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어 기업들엔 유용하다. 만약 경매 입찰 가격이 좀 높게 책정되더라도 PPA에서 전력을 비싸게 팔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송전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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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협력은 관건

U자형 튜브 안 등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한 전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려면 우선 ‘체질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 정동욱 전기본 총괄위원회 위원장(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은 "재생에너지는 보다 많은 전력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간 우리나라의 전력망은 재생에너지에 적합하게 만들어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린 주민 수용성도 좋지 않다"고도 했다. 새로운 전력망을 세우면 공사가 이뤄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아직 현장에선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생산된 전력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누리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끌어다 가는 데 대해서도 지자체들은 불만이 있다. 주민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이들의 지지를 받아 일하는 국회의원들도 입법 지원이 어렵다.


정치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전력망 확대에 22대 국회 여야의원들 사이에선 이견이 없으나 반대하는 지역구들이 있어 몇몇 의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주민들의 협력이 이뤄지고 국회에선 적절한 입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대 국회 말미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송전망이 지나가는 지역에 대해선 지원금을 주는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전력망 확장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며 "앞으로 그와 같은 법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전력에 대해선 보다 수용적으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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