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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김혜연의 AHA]최재천 "AI도 인간과의 공존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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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진화생물학자 최재천이 말하는 AI와 인간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나날이 발전하는 생성형 AI가 예술창작 분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사람'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공학자와 예술인의 관점에서 고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월 한 차례씩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가 예술창작인과 대담하거나 작품에 관해 토론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코너 제목에 들어가는 'AHA'는 'AI, Human & Art'를 뜻합니다. 생성형 AI의 미래를 누구보다 뜨겁게 탐구하는 김대식 교수, 생성형 AI와 무용을 과감하게 접목시키고 있는 김혜연 안무가를 통해 AI와 사람, 그리고 예술이라는 묵직한 화두에 한 걸음 더 다가가 보시기를 기대합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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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누는 모든 이야기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듣고 검열한 다음 코멘트를 해주는 시대가 머잖아 도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렇다면 인간은 AI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의 생각을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진화생물학자로서, AI와 구분되는 인간의 지능이라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부분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의 말을 빌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촘스키는 AI, 특히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이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봐요. 인간만이 언어의 깊은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거죠. AI는 단지 이해한 척하며 결과를 쏟아낼 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촘스키가 이런 상황을 얼마나 불편하게 느낄지 생각해 봤어요. 저는 지능(intelligence)과 지성(intellect)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지능은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는데, AI도 이 범주에 속할 수 있죠. 하지만 지성은 보다 깊은 통찰과 판단 능력을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지능이 높은 사람은 상황에 상관없이 정답을 찾아내지만, 지성인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죠.


저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예로 들었어요. 이건 단순한 지능의 합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집단 지성은 AI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봐요. 저는 AI가 지능을 가질 수는 있어도 지성의 단계에 도달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AI의 능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성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봅니다.

지능과 달리 지성은 통찰과 판단력 포함
지능은 AI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

-생성형 AI는 마치 곤충의 창발적 지식처럼 작동한다고 생각해요. 개별적으로는 똑똑하지 않지만, 수억 개가 모이면 놀라운 일을 해내죠. 창발적 현상이나 창발적 지능이 정확히 뭘까요?


▲창발적 현상이나 창발적 지능은 정말 흥미로운 주제예요.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책에서도 이 주제를 깊이 탐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간세포를 하나씩 모아 놓으면 그냥 간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심장세포를 모아 놓으면 박동을 만들어내죠. 개별 세포 수준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이런 창발적 특성은 생물학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속성인데, 생성형 AI에서도 비슷한 창발적 현상이 나타나는지 오히려 저 또한 궁금해요. AI가 창발적 지능의 단계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현상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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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과 지성을 나누는 것도 인간주의적 관점에서 적용되는 예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성형 AI, 특히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개미나 꿀벌 같은 곤충들의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창발성을 AI에 적용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의 지능과 AI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동물 지능도 반드시 이 삼각관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연구소에서 10년 전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흰개미들이 호주 초원에서 사람 키보다 큰 탑을 만드는 데 설계도도 없이 이뤄진다는 거예요.


일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친구들이 흙덩이를 어디에 놓았는지 보고 '나도 여기에다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거죠. 그 결과물이, 하루 종일 땡볕에 있어도 실내 온도 변화가 2도 미만으로 유지되는 놀라운 냉난방 시설을 갖춘 구조물입니다. 결론은 '일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각자 알아서 한다'는 것이었어요.


땡볕 아래 냉난방 구조물 스스로 구축 흰개미 사례가 바로 '자기 조직화'

이게 바로 경영학에서 말하는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의 원리일까요? 각 유닛이 스스로 행동한 결과물이 이렇게 놀라운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흰개미는 사막에서 잘 살아남고, 에어컨 있는 집도 만들죠. 저를 사막에 놔두면 금방 죽을 거예요. 저는 그런 집을 못 만드니까요. 그러면 사막에서는 사실 흰개미가 저보다 더 우월한 거죠.


하지만 우리는 지능적으로 인간이 항상 톱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지금까지 지구 역사에서 인간은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있었고, 이는 우리가 밑에 있는 존재들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어요. 사실 그런 허락을 받은 적은 없잖아요.


저는 인간이 AI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지구에서 어떤 짓을 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보다 더 뛰어나고 똑똑한 존재가 등장하면, 그 존재가 우리가 생태계와 동물에게 했던 것처럼 우리를 똑같이 대할까 봐 걱정하는 거죠. 이 두려움이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왼쪽부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왼쪽부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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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일까요? 진화생물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죠. 사막에 내쳐지면 우리가 살아남기 힘드니 그런 관점에서는 흰개미가 더 우월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서 인간이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가장 똑똑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똑똑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인간이 과연 지능적이어서 이렇게 성공했을까요, 아니면 지성적이어서 그랬을까요? 뻔히 알고도 양보하고 서로 보듬어주면서 집단으로 살아남는 능력 덕분은 아닐까요? 사실 생물학계는 오랫동안 약육강식, 생존 투쟁, 적자생존 같은 냉정한 얘기만 해왔어요. 하지만 최근 10여 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고 있죠.


저는 오래전에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라는 책을 썼어요. 경쟁과 포식이 룰인 줄 알았는데, 지난 20여년간 자연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니 손잡은 놈들이 손 안 잡은 놈들보다 더 우위를 점하며 살아남았더라고요.


협동하는 존재가 더 우위 자연계 곳곳에 숨은 협동

자연계에는 곳곳에 협동이 숨어 있어요. 우리도 내장에 장내 미생물을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잖아요. 이 미생물들이 없으면 우리도 생존할 수 없죠. 이들이 소화뿐만 아니라 면역계, 심지어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어요.


우리는 그동안 한정된 자원을 두고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그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사실 다양했어요. 그래서 누가 가장 지능적이었느냐, 즉 누가 가장 똑똑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잘 협력하고 적응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AI와 굳이 대립각을 세워야 할까요?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AI가 일자리를 빼앗을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 우리는 AI에 시킬 일을 맡기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부와 풍요를 어떻게 잘 나눌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논의가 꼭 대립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지혜로운 접근일 것 같아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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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의 대가들은 생성형 AI가 점점 더 커지면 새로운 창발성 효과로 인해 자유 의지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걱정합니다. 자율성과 자아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마치 그것이 있는 것처럼 행동할 거라는 우려가 있죠. 이런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건 참 어려운 얘기인데요. 자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이 계속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설득이 잘 안 돼요. 그냥 존재할 뿐이고, 뭔가를 할 뿐이죠. 내가 하는 일에 스스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그냥 존재하고 행동할 뿐이에요.


그래서 결국 이 이야기가 어디로 귀착되느냐 하면, 번식으로 귀착될 겁니다. 존재를 유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잖아요. 하나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는 방법, 또 하나는 자기와 같은 존재를 계속 만들어내는 방법. 우리 생물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계속 만들어내는 번식을 통해 존재를 이어가고 있죠.


생성형 AI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AI가 자아와 자율성을 갖는다고 해도, 그 존재의 의미는 결국 지속성과 번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AI도 우리처럼 자신을 복제하고 확장하면서 존재를 이어가려 할까요?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도 존재 이어가려 할지 의문 인간-AI 공존의 방법 찾아야

-만약 AI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 때가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저는 공존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대립의 관점에서 계속 AI를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느끼는 공포 때문이죠. 이 두려움을 빨리 걷어내고, 어떻게 AI와 공존할 것인지, 또는 더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계속해서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논의에만 집중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결국 인간과 AI가 공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AI를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걱정은, 기계가 과연 공존을 원할까 하는 점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동물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보면, 기계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우리는 자연과 동물을 오랫동안 지배하고 이용해왔어요. 이제 AI라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는데, 이들과도 같은 방식으로 관계를 설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지구가 하나의 주체라면, 인간은 많은 잘못을 저질러온 종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AI를 통해 더 나은 공존의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AI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I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2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2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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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김혜연 안무가(여니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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