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료 20조원 중 전반기 10조원 달성
삼성전자·ASML·TEL·기아 등 잇따라
경기도 화성시가 풍부한 가용용지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민선 8기 정명근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임기 내 20조원 투자 유치' 목표에 성큼 다가서는 분위기다.
17일 화성시에 따르면 민선 8기 2년간 화성시는 10조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초만 해도 정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20조원 투자유치가 비현실적인 수치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민선 8기 반환점을 돌면서 벌써 목표의 절반을 달성한 셈이다.
삼성·ASML·TEL·기아…화성으로 모이는 기업들
화성시 투자유치의 일등 공신은 첨단 기술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화성캠퍼스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고성능 컴퓨팅센터(HPC)'를 설립 중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인 ASML은 1350억원을 투자해 '제2 제조연구혁신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ASML은 여기에 삼성전자와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 연구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시설에도 1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ASML은 이를 위해 최근 동탄2신도시에 센터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 계약까지 체결했다. 도쿄일렉트론(TEL) 역시 2000억원을 투자해 화성에 연구·개발 (R&D)센터를 확충하고 있다.
첨단 모빌리티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는 미래차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초로 건립 중인 중형 전기차 전용공장을 올 연말 준공 예정이다. 기아는 화성공장 인근에 특장차 클러스터도 조성 중이다.
공공부문의 투자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화성시는 자율주행 리빙랩 실증 도시 국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오는 2027년까지 740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양감 수소복합에너지센터'도 유치했다. 센터는 약 9만3000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시는 연간 23만t의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은 물론 20년간 756억 원의 세수 증대, 600여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풍부한 가용용지+인력+정책 시너지
화성에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는 것은 입지와 풍부한 가용용지의 힘이 크다. 도시 면적이 서울의 1.4배에 달하는 데다 70%가 평지여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땅을 공급할 여력이 풍부하다. 수도권 제2순환·서해안·경부고속도로·평택~화성·평택~시흥 고속도로 등 도시를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망과 철도망을 통해 뛰어난 접근성을 갖춘 것도 기업들로서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2만80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모이면서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젊은 노동력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도 투자 확대의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화성시는 평균 연령이 38.4살로 전국에서 가장 젊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전입 인구도 서울 강남구를 제치고 전국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역동적인 도시로 꼽힌다. 이런 인구 성장을 배경으로 화성시는 내년부터 전국 5번째 '특례시' 출범을 앞둔 상태다.
특히 정 시장은 취임 이후 20조원 투자 유치 목표를 위해 과감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는 지난해 7월 '투자유치과'를 신설하고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조례를 마련했다. 최근 인사에서는 대규모 투자 기업의 인허가 지원 등 사후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도 가동했다.
시는 창업기업 발굴과 우수기업 유치를 위해 현재 687억원 규모인 창업지원펀드를 오는 2026년까지 2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존 기업의 환경 개선을 위해 ▲공장 밀집지역 상수도 개선 ▲소규모 기업환경 개선 ▲도로 조기 개설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 시장은 지난 6월에는 시 최초로 대규모 투자유치 설명회도 개최하는 등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세일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시장은 "화성시의 비약적인 성장은 동탄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과 관내 2만8000여개 기업이 밑거름이 됐다"며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 종합병원 유치 등 국내외 유망기업 유치를 통해 임기 내 20조원 투자유치를 조기 달성해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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