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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8할"…잘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싹트는 통합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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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이익보다 통합 후 이득에 가치 둬
통합 전 공감대…"조합장은 공부해야"
집값 예민한 서울, '눈높이 낮춰야' 가능해

편집자주재건축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가파르게 오른 공사비에 건설사의 선별 수주로 어려움을 겪는 단지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재건축이 정비업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구 수가 적거나 사업성이 부족한 개별 단지가 모여 하나의 단지처럼 재건축하는 방식이다. 통합재건축으로 규모를 키워 아파트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지별 사업성이 다르고, 조율해야 할 이해관계가 많아 실제 성공할 단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점친다. 단지 간 소통이 성공 키워드라는 조언이다. 아시아경제는 정비업계의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5곳을 찾아 이들의 현주소와 통합재건축의 방향을 진단해본다.

재건축 조합 등 정비사업 주체들 입장에서 통합재건축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성공하기 어렵지만 해내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하면 오히려 재건축 기간만 늘어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성패를 가르는 것은 단지 간, 소유주 간 이해관계 조율 여부다. 여러 단지가 묶여 예상하지 못한 갈등이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제때 대응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 성공적인 통합재건축의 지름길이다.


"한쪽이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끝"
"소통이 8할"…잘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싹트는 통합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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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1차(476가구)와 쌍용2차(364가구)는 서울에서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 단지다. 각자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던 두 단지는 지난해 9월 통합에 합의했다. 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통합을 결정한 경우로, 쌍용2차 조합을 해산해 우성1차가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쳐진다.

두 단지는 통합재건축을 통해 단지 규모를 키워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개별재건축으로 추진했을 때는 우성1차 712가구, 쌍용2차 560가구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아파트 층수 제한이 완화되면서 최고 35층이었던 것을 최고 49층으로 변경하는 계획안을 마련했다.


통합재건축은 두 단지 간 대지경계선 3m 경계를 둘 필요가 없다. 커뮤니티 시설, 출입구 등도 공유할 수 있어 훨씬 이득이다. 1000가구가 넘는 단지의 매매가는 그렇지 않은 단지보다 5~10%가량 더 비싸다. 개별로 추진할 때 투입한 설계비나 용역비 등은 매몰 비용이 됐지만 조합원들은 향후 자산 가치에 기대를 걸고 통합재건축에 힘을 보탰다.


두 단지 사이에 있는 상가(우성상가협의회)가 통합재건축에 합류하면서 부지 효율은 더 높아졌다. 개별재건축을 추진하면 상가에 길을 내줘야 하는데 통합으로 맹지였던 도로를 없애고 그만큼 부지면적을 넓힐 수 있다. 우성 상가소유자는 우성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다. 전영진 우성1차 조합장은 "상가소유자는 아파트를 받아서 이득이고, 단지 배치가 좋아지니 조합원도 이득"이라며 "상가 통합, 지하공간 공동 활용으로 분담금도 1억원 가까이 줄였다"고 말했다.

두 단지와 함께 통합을 논의했던 쌍용 1차가 통합 의사를 철회하면서 오히려 갈등이 줄었다. 쌍용 1차 아파트는 3호선 학여울역 역세권에 위치한 인근 단지다. 두 조합은 조만간 강남구청에 최고 49층, 1309가구를 골자로 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제출한다.


통합 재건축에 반대하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 조합장은 "법과 제도 등 사업 내용을 잘 알고 조합원들을 설득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10개월간 미리 모든 통합 절차를 준비해 합의를 이끌었다"며 "두 단지가 통합해 1000가구 이상이 되면 공사비도 5%가량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인접한 단지는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통합하는 것이 지역의 발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1기 신도시나 신속통합기획이 아닌 정비사업에 과도한 규제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명확히 구분해 공유해야"
"소통이 8할"…잘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싹트는 통합재건축] 원본보기 아이콘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유력한 선도지구 중 하나로 언급되는 정자일로 5개 단지도 통합재건축이 순항하고 있다. 수인분당선·신분당선 미금역을 중심으로 서광영남·계룡·유천화인·청솔한라·임광보성 5개 단지가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곳은 주민 사전동의율이 90%를 넘었다.


5개 단지가 각각 400~700가구 규모로 크지 않아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특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통합재건축을 준비해왔다. 단지 규모나 용적률, 평형대가 비슷해 통합하기에도 유리했다. 변수는 입지였다. 단지가 미금역을 기준으로 길게 펼쳐져 있어 역세권인 곳과 아닌 곳이 분명히 갈렸다. 하지만 역세권과 가장 먼 임광보성 아파트가 소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로 제자리에 남기를 원하면서 손쉽게 문제가 풀렸다. 이재찬 정자일로 통합재건축추진위원장은 "역세권에 사는 주민들은 역세권 입지를 지키고 싶어했다. 서로 의견이 완벽하게 달라 오히려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동의를 받기 전에 통합재건축을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소유주들의 이해와 관심을 끌어냈다. 이 위원장은 "사례가 부족하다 보니 사업 초반에는 왜 해야 하느냐, 싫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일단 설득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단지별로, 또 통합해서 공청회를 계속 가졌고 그 베이스에서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행하다 보면 용적률 등이 단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단지별로 다르게 좋아질 수 있지만, 개별재건축을 할 때보다는 더 좋아질 거라는 얘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수익성만 따지면 추진 못해…눈높이 낮춰야 가능할 것"

전문가들은 집값에 예민한 서울에서는 당장의 사업 수익성만 좇아서는 통합재건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당장 길 하나만 건너도 집값이 달라지고, 1층과 고층의 차이까지도 고려되는 곳이 서울"이라며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서로의 눈높이를 낮춰야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신반포8·9·10·11·17차, 녹원한신,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재건축)는 수익보다 조합원이 살고 싶은 아파트를 짓는 데 주력했다. 조합원들의 수요에 따라 평형을 먼저 설계했고, 남는 물량을 일반분양으로 돌렸다.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일반분양으로는 수익을 많이 낼 수 없었던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대신 3300가구가 넘는 대단지에 역세권으로 묶이면서 현재는 반포의 대장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힌다. 인근 소규모 아파트들의 재건축은 공사비 인상 등으로 표류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송 대표는 "수익성을 안 좇는다는 건 결국 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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