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계열사 세메스
새 장비 공급 확대 신흥 강자
SK하이닉스 납품 한미반도체
2년간 매출 3배 확대 목표
HBM 1위 경쟁 소부장 확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점령하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로 확전되고 있다. HBM 제조에 꼭 필요한 핵심 장비인 TC(열압착)본더 역시 주요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TC본더는 HBM에 쓰이는 D램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칩을 하나하나 열로 압착해 접합하는 장비다. 8~12회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수를 쌓는다. 얼마나 많은 단수를 정확하고 빠르게 쌓느냐가 제품의 성능을 좌우한다.
최근 국내 TC본더 시장은 세메스와 한미반도체 간 경쟁이 화제다. 세메스는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삼성전자 계열사다. 일본의 도레이, 신카와와 함께 삼성전자에 TC본더를 공급하고 있다. TC본더 시장의 선두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두 기업 간 경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리전’으로 부른다.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세메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2단 36GB HBM3E에 대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검증)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이르면 다음 달에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퀄테스트를 통과해 엔비디아로 납품이 확정되면 세메스에도 호재가 된다. 삼성전자가 HBM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 세메스도 TC본더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메스는 그간 도레이, 신카와에 비해 삼성전자에 TC본더를 공급하는 비중이 낮았다. 하지만 최근 TC본더 장비를 ‘TC-NCF’ 공정에 맞게 개량하면서 공급 비중이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TC-NCF 공정은 HBM 적층 방식 중 하나로, 칩을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준다. 삼성전자는 HBM 생산수율을 높이기 위해 이 공정을 도입했다. 장기적으로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를 지향하는 삼성전자 방침까지 고려하면 세메스의 입지는 더욱 두터워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흐름을 탄 세메스는 최근 경기 용인시로부터 기흥구 고매동 764 일원 9만4399㎡ 부지에 2026년까지 20층 규모의 기술개발센터 등 ‘기흥미래 도시첨단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받았다.
‘2년간 매출 3배’ 한미반도체
TC본더에서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한미반도체는 최근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고 2026년 매출 목표액을 2조원으로 잡았다. 올해 예상치보다 3배 높은 금액이다. TC본더 개발 주기도 크게 앞당겼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2.5D 빅다이 TC 본더’를 출시하고 내년 하반기 ‘마일드 하이브리드 본더’, 2026년 하반기에는 ‘하이브리드 본더’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인천시 서구에 6번째 공장이 문을 열었다. 한미반도체는 내년에 TC본더를 연 420대, 월 35대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앞으로 HBM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은 크다. 대만 경제일보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량이 증가함에 따라 AI 반도체 ‘블랙웰’ 칩 생산을 25%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공급해야 하는 HBM의 수량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그만큼 한미반도체가 지원해야 하는 TC본더 역시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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