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지자체·기업, 기재부 진출↑
예산권·인맥 파워 막강…전관 선호
9개 광역도 중 5곳 경제부지사 차지
내부선 "인사적체…전성시대 야냐"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의 행선지는 정부 요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업무 관련성이 높은 금융권은 물론 국회,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업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각종 정부 정책과 국가사업, 정부 예산에 밝다 보니 어느 곳이든 '전관'으로 인기가 많다는 평가다. 기재부 내에선 '과거보단 약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여전히 '기재부 전성시대'라고 할 정도로 권력이 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기재부 전관…금융권·기업 모두 선호
기재부 출신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곳은 단연 금융권이다. 5대 금융지주(국민·신한·하나·농협·우리) 회장 가운데 2명이 기재부 출신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기재부 1차관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거친 정통 고위 관료 출신이고,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기재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 회장,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홍재문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 회장, 김성진 한국거래소 상임감사 등 상당수 관련 기관에 기재부 출신이 포진해 있다. 경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가 민간에서 경력을 이어간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민-관의 경계가 흐릿해져 유착 관계가 심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부처 고위 관료가 기업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넘어가는 일도 많다. 관료는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고, 기업은 각종 인허가·민원 창구나 정부와의 가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서로 '윈-윈'이다. 현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과거 김앤장과 에쓰오일 등에서 고문·사외이사로 일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일동홀딩스, 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 등으로 일한 바 있다.
지금도 알음알음 기재부 출신의 이직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부처 관료 출신은 업무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고 거시경제도 잘 읽는다"며 "요즘처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선 특히 몸값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삼성벤처투자 사장으로 승진한 김이태 대표와 이병원 삼성전자 IR팀 부사장도 기재부를 나와 민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례다.
"예산 한푼이라도 더"…지자체서도 인기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꾸준히 기재부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9개 광역·특별자치도 중 경기도(김현곤 전 재정관리국장), 경상남도(김명주 전 국장), 충청북도(김명규 전 종합정책과장), 충청남도(전형식 전 국고과장), 전라남도(박창환 전 예산총괄과장) 등 5곳의 경제부지사가 기재부 출신이다. 최근까진 강원도와 전라북도 등도 기재부 출신이 경제부지사를 맡았다.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지방의 경우 예산 쟁탈전에서 이기기 위해 기재부 예산 라인 출신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지자체 설명이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사회기반시설사업(SOC)에는 국가 보조금이 필수여서 도지사·시장들의 관심이 높다. 경제부지사가 기재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지자체보다 예산을 더 주진 않겠지만 기재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노하우와 인맥을 통해 한 푼이라도 더 끌어올 것이란 기대가 있다.
승진 '바늘구멍'…내부선 "전성시대 아니야"
기재부 출신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요직에 많이 진출하는 이유는 내부에도 있다. 행시 출신이 많은 기재부 조직 특성상 다른 부처에 비해 인사 적체가 심하다 보니 외부로 영역을 넓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사무관(5급)에서 부이사관(3급)까지 올라가는데 최소 20년이 걸리고, 1급 승진은 그야말로 '바늘구멍 뚫기'다. 다른 부처 동기보다 보직이 낮은 것은 물론, 승진이 수년 느린 경우도 많다.
그렇다 보니 기재부 내부에선 '전성시대'란 평가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기재부 출신 장관급이 많지만, 전성시대라고 부르기에는 미약하다"며 "과거에는 기재부가 민간으로 더 많이 진출했는데 지금은 사실상 부처 안에서만 돌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장급 관계자도 "기재부는 고위 관료가 한명 빠져나가야 연쇄적으로 승진 인사가 나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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