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 기후변화 대응 문제 경고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관련 경쟁 속에 기후변화 대응 약속을 못 지킬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12일 블룸버그 등을 인용해 아마존, 구글이 최근 잇따라 연례 환경 보고서를 내놨으며 여기에는 AI 사업으로 인해 장기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앞서 인간처럼 말하고 반응하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탄소중립’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을 연산해 실행하는 과정에 단순 검색을 통해 답변을 얻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자사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13% 늘어난 1430만t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관련 사업이 성장하면서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탓에 5년 사이엔 온실가스 배출이 4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과정은 ‘데이터센터’에서 이루어진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컴퓨터, 네트워크 회선, 데이터 스토리지(저장장치)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한 건물에 모아둔, 연중 24시간 전력을 써야 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일부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AI 칩 수천개가 들어가는데, 각각의 전력 소모량이 700와트에 달한다. 이는 일반적인 60인치 평면 TV 전력 소모량의 8배다.
구글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에 이른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AI가 미래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복잡하고 예측하기가 어려워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5월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해 2020년 이후 탄소 배출량이 약 3분의 1 증가했다고 밝혔다. MS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넘어서 순배출 마이너스를 이룬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MS는 오픈AI와 2028년까지 1000억 달러(약 135조원)를 투입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목표인 아마존은 "지난해 탄소 배출량을 3% 줄였지만 앞으로 AI와 관련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15년간 데이터센터 관련 1500억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대의 로베르트 베르데키아 교수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정밀도를 약간 희생하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캐나다 맥길대 컴퓨터과학 교수인 데이비드 롤닉은 "빅테크가 대형언어모델(LLM) 관련 에너지 소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추측했다가 사회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롤닉 교수는 "기업이 이익보다 공익을 추구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에도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인천 서구에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고 2027년까지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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