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공유 경제의 천국이다. 자전거, 보조 배터리는 기본이고 차량이나 크고 작은 가전도 대여하며 함께 쓴다. 중국인들의 공중도덕 의식을 문제 삼으며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베이징 거주 외국인이 보기에도 분명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에도 공유의 개념이 파고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 본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홍슈에서 꽃피우고 있는 '공유자녀'가 그것이다. 낯선 노인들에게 마치 나의 부모에게 하듯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엄마' '아빠'라는 호칭까지 스스럼없이 쓰는 것이다. 샤오홍슈 해시태그는 '후주푸무탸오위에(#互助父母條約)'. 직역하면 '서로의 부모를 돕는 조약'이다.
이 같은 일종의 캠페인이 화제가 된 것은 58만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 샤오강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공유 아들'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고령자들을 위해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키오스크 앞에서 곤란해하는 중년 여성을 돕고, 무더위에 길가에 앉아있는 노년의 청소부들에게 생수를 나눠주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 그는 100여명의 청년이 자신이 하고 있는 '후주푸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오강은 현재 부모님이 사는 중국 북부 산시성으로부터 약 500km 떨어진 곳에서 거주 중이다. 물리적으로 곁에서 자신의 부모를 도울 수 없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고향에서 부모님을 도와줬으면 한다'는 마음에서 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캠페인의 구체적 슬로건은 "우리가 당신의 부모를, 당신이 우리의 부모를 돌본다'이다.
지난 7일에는 온라인상에 허난성에서 베이징으로 난생처음 여행을 떠나는 54세 모친을 도와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수천개의 '좋아요'를 받은 이 글은 노년의 여행객에게 수많은 도움의 손길로 이어졌다.
평소 이 캠페인을 눈여겨보던 한 직장인은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직원의 설명에도 게이트 위치를 찾지 못하는 80대 노부부를 직접 근처까지 데려다줬고, 그 경험을 온라인에 옮겨 적었다. 그러면서 "나의 부모도 나이가 지긋하다. 밖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거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직면했을 때 누군가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도 했다.
동서고금 오랜 역사를 가진 선행이나 친절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기저엔 복잡한 중국의 상황이 맞물려 있다. 3억명을 웃도는 이주노동자들의 부유하는 삶, 유례없이 빠른 도시화와 기술 발전, 아찔한 빈부격차, 세대 간 소통 단절을 앓고 있는 대륙에서 귀하게 솟아난 희망과도 같다. "내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남의 부모를 공경하라"던 맹자가 무덤에서도 흐뭇해할 일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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