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 기존 수리예측모델 기상예측, AI로 변화
엔비디아·화웨이·구글·MS 등 빅테크, 풍부한 자원 앞세워 약진
기상청, 부족한 지원에도 세밀한 기상정보 발판 초단기 예보 성과 앞둬
인간은 신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날씨 예측에 도전해 왔다. 그 도전은 20세기 들어 성공을 거듭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기반이었다. 기상 예측에 가장 큰 변화는 수학 계산의 도입이다. 대기의 운동과 상태가 수학 방정식으로 표현 가능한 물리법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에 근거해 수학적 계산으로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모델의 등장은 컴퓨터 발명과 함께 인류를 기후의 영역에서 상당 부분 해방시켰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은 슈퍼컴퓨터를 탄생시켰고 이제 인간이 만든 수리 예측 모델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 6월 2일 대만 국립대학 체육관에서 연설하던 중 스크린에 대형 지구 형상이 비춰지고 있다. 이날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백종민 기자.
하지만 복병이 등장했다.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후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며 기상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수치 모델이 계산한 것과 다른 예상 밖의 날씨는 기상 통보관들의 속을 타들어 가게 한다. 2023년 승인된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UN) 정부 간 패널(IPCC)의 제6차 평가 보고서는 파괴적인 복합 기상 사건이 지구 온난화 가속으로 인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를 기상 당국이 예측하지 못한 것도 기존 기상예측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은 일기예보를 위한 기술 경쟁에 돌입했다. 이제 중앙처리장치(CPU)로만 구성한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인공지능(AI) 시대인 만큼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기반한 AI 예측 모델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공은 빅테크들이 날렸다. 이들의 공세와 AI 기상 예보 발전 속도는 각국 기상 당국을 당황케 할 정도다. 빅테크들은 기상 당국들이 수십 년간 공개해온 오픈소스, 즉 공개정보를 가공해 가공할 정도로 빠르게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
AI 시장을 주도 중인 엔비디아는 기상 예측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엔비디아는 포캐스트넷(FourCastNet)이라는 자체 데이터 기반 기상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어스2’라는 클라우드 기반 기상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캐스트넷은 열흘간의 예보를 2초 만에 해낼 수 있었지만 정확성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어스2는 기술 발전 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대만은 엔비디아의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만은 엔비디아 A100 GPU 192장을 포함한 슈퍼컴퓨터를 최근 가동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어스2’도 사용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대만에 디지털어스를 적용한 영상을 직접 공개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자신들의 기술이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대만에 제공한 기술은 25㎞급 해상도 정보를 AI 기술로 초해상도인 2㎞급까지 끌어올린 것이 핵심이다. 원천 데이터의 부족함을 AI로 채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태풍의 진로 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화웨이는 팡구웨더(Pangu-Weather)라는 모델을 지난해 네이처(Nature)지 논문으로 발표해 충격을 줬다. 팡구웨더는 기존 수치 해석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의 AI 기상예측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이어 구글딥마인드가 사이언스지에 지난해 말 논문으로 발표한 그래프캐스트(Graphcast)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이맥스(ClimaX)라는 예보모델로 경쟁에 참여했다.
빅테크의 모델은 현재 오픈소스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까지 무료로 공개할지는 알 수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확도가 더욱 올라가면 비공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기상 당국의 AI모델 직접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기상청도 AI 예보를 준비하고 있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에서 2019년부터 시작된 ‘알파웨더’ 프로젝트다. 알파웨더는 올해 중으로 첫 단계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보관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절차 등이 남아 있지만 모델 구조는 마무리 단계다. 이제 한반도를 기준으로 6시간 초단기 강수 예측이 가능할 전망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이혜숙 과장은 "미국이나 영국 측에서도 상당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곧 논문으로 작성해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알파웨더는 빅테크들의 풍족한 자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악전고투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빅테크들은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기상과학원이 수 개월이 걸릴 일을 하루 만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과학원의 연구도 처음 시작은 GPU 없이 CPU만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서버 2대에 GPU 16장뿐이다. 그나마도 8장은 백업용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비교적 최신 GPU를 보유한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의 지원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슈퍼컴퓨팅센터의 도움으로 연구의 속도가 붙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세계기상기구(WMO)에서도 알파웨더를 MS, 구글 등과 함께 상호 검증하기로 했다. 우리의 AI 예보 모델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다.
이 과장은 지금은 빅테크와의 경쟁도 해볼 만하다고 했다. 그도 AI 성능이 좋아지는 게 사실이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인정했다. 문제는 AI 기후모델도 생성형 AI처럼 설명이 없고 환각이 있을 수 있으며 기본 학습 데이터도 일반에 공개된 25㎞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데이터는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주요국 기상청들이 보유한 기상 데이터 자료의 해상도가 10㎞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해상도에서 나타나는 거리가 줄어들수록 보다 세밀해진다.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30년 이상의 누적된 정보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이 부분에서 빅테크들이 정보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가 고해상도로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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