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확대 생산되면 제재 조치할 것
이날 토론회 있는 만큼 공방 이어질 듯
친한계, '고의 패배' 발언 원희룡에 집중공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현재의 논란이 확대 재생산될 시 당헌·당규상 명시된 제재 조치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네거티브 공방을 하는 당대표 후보들에 경고했다. 원희룡·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서로를 향해 '거짓말 정치', '구태정치', '고의 패배', '다중인격' 등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7·23 전당대회가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선관위는 이날 오후 최근 논란 상황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마타도어성 사안들은 각종 억측들을 재생산하는 등 소모적인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분명 국민의힘의 미래 비전을 밝히고 당 화합을 위한 활동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관위가 후보들에게 네거티브 금지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서병수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지난 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남·제주 합동연설회 직전 당대표 후보 4인을 불러 네거티브를 하지 말라는 권고한 바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가 과도한 비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당헌·당규에 어긋나는 언행은 선거관리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통해 즉시 엄중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원 후보와 한 후보의 입씨름은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설전을 주고받았다. 원 후보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사실무근' 한동훈 후보님, 거짓말이 들통나면 후보직 내려놓으시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한 후보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금감원장으로 추천했다는 보도를 '사실무근'이라 했다. 총선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도 무조건 사실무근이라고만 한다"며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성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이면 사퇴하시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 후보는 원 후보의 글이 올라온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원희룡 후보의 계속된 거짓 마타도어들에 답한다.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원 후보는 제 가족이 공천 개입했다는 거짓 마타도어 해놓고, 지난 TV조선 토론에서 선관위 핑계 대며 앞으로 더 안 하겠다고, 그러면서도 반성도 사과도 거부했다"며 "다시 말 바꿔서 하루도 안 지나 거짓 마타도어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치 노상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를 제가 당원동지들과 함께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원 후보는 재차 페이스북에 "거짓말부터 배우는 초보 정치인은 당원을 동지라 부를 자격이 없다. 이제 거짓말 기술에 대해 검증을 받을 시간"이라며 "그래서 거짓말이 들통나면 사퇴를 하시겠다는 거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오후 2차 방송토론회에서도 한 후보의 공천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한 후보와 원 후보의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한편 친한계 의원들은 원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던진 '총선 고의 패배' 발언에 반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원 후보는 전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거듭 공천 의혹을 제기했고,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총선 승리가 절박한 상황에서 혹시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게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석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자대화를 무시하는 것은 고의로 총선에 지고자 한 것이었다'는 총선 고의패배설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는 수도권 출신 의원으로서 냉정하게 우리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참패하게 된 과정을 몸소 겪고 지켜봐야 했다"며 "총선패배의 근본원인은 책임져야 할 여당으로서 무너져가는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사악한 현상들을 제대로 단죄하지도 못하고, 숱한 갈등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기는커녕 점점 더 키웠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배현진 의원도 "당시 한 위원장의 팔과 손에는 덕지덕지 밴드와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혈관이 터지도록 링거를 맞으며 전국을 뛰어다니고 있었다"며 "역대 모든 대표도 선거에서 우리 후보들을 지키고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나. 그 과정을 20년 넘게 지켜봐 온 당 대표 도전자의 입에서 어떻게 '고의 패배 의혹'이 나오나. 선을 세게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장동혁 의원은 "벌건 대낮에 길가는 사람 붙잡아서 밑도 끝도 없이 살인자라고 몰아붙이며 안 죽였다는 증거를 대라고 두들겨 패는 격이다. 도둑이 몽둥이 들고 설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며 "고의로 선거에 패배했다니요. 원 후보께서는 총선에서 지고 동정표 받아서 당 대표 되시려고 일부러 선거에 지셨나"고 따졌다.
고동진 의원도 "원 후보도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부단히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번 '고의적 총선 패배'라는 발언은 원 후보를 지지했던 지역 유권자를 포함해 국민의힘 모든 후보자와 우리를 지지해 준 44.39%의 전국 유권자의 노력을 폄훼하는 모욕적인 언사"라고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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