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스타트업, 일본서 법인 설립·영업망 확충
대기업 SaaS 시장 공략…디지털 전환 수요↑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일본 공략에 나섰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망을 확충하는 등 일본을 글로벌 사업 전초기지로 삼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이 큰 데다 정부가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어 기회의 땅으로 주목하고 있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AI 영상 제작 솔루션 ‘브이캣’ 개발사인 파이온코퍼레이션은 최근 일본 도쿄에 법인을 설립했다. 미국 산호세에 이은 두 번째 해외법인이다. 현재 일본 마케팅 플랫폼사 3곳과 솔루션 공급을 논의 중이다. 올해 하반기 현지인 법인장을 선임하고 영업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범진 파이온코퍼레이션 대표는 "디지털 전환에 보수적인 일본도 생산성 향상 효과가 극명한 AI는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며 "대기업을 공략하기 어려운 해외시장과 달리 일본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법률 AI 솔루션 기업 BHSN도 일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작년 말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로펌 등 잠재 고객사를 만나며 시장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수십장짜리 계약서나 법률 문서를 몇 초 만에 정리해주는 ‘앨리비’의 일본어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AI로 상품을 추천하는 와들은 최근 일본으로 시장 조사를 다녀왔다. 일본 리테일 시장이 큰 만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현지에 진출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일본에 진출한 기업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AI 기업 올거나이즈는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가 일본에서 나온다.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일본 2위 통신사 KDDI, 노무라증권 등 대기업이 고객사다. 이들에게 보고서 요약, 데이터 분석 등 AI 기반 맞춤형 앱을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 ‘알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회사는 2022년 본사를 미국 휴스턴에서 일본 도쿄로 옮겼다. 내년에는 일본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 법인을 설립한 슈퍼브에이아이도 굵직한 고객사를 확보했다. 닛폰스틸에 AI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공급한 데 이어 지난 5월 도요타와 손을 잡았다. 데이터 라벨링부터 후속 처리까지 지원하는 ‘슈퍼브 플랫폼’ 공급 계약을 맺었다. 데이터 라벨링은 데이터가 AI 학습에 쓰일 수 있도록 데이터에 태그를 달아주는 것이다. AI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매출의 25%가 일본에서 발생한다. 베이크루즈, 빔즈 등 일본 유명 패션 브랜드를 포함해 1만7000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AI 스타트업이 일본을 공략하는 것은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IT 기술을 내재화한 국내 대기업과 달리 SaaS 형태로 AI 기술을 빌려 쓰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일본 SaaS 시장은 지난해 1조4000억엔(약 12조원) 규모로 국내보다 6배 크다. 문서 기반 업무 문화를 갖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해 생산성 향상 욕구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정부가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하면서 기회가 더 커졌다. 일본 정부는 기업에 DX 투자촉진세제 등 IT 관련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디지털 전환 투자액이 2022년 2조7277억엔(약 23조원)에서 2030년 6조5195억엔(약 56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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