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필요
다양한 분야·규모의 국내 기업과 협력
한국서 만들어낸 성과 해외에 알린다
"인텔이 네이버와 협력을 하게 된 건 개방형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토대로 핵심 가치를 추구하려는 점이 협력을 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 됐습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 협력 파트너로 네이버를 선택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AI 시대 대응력을 높이려면 특정 업체와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텔은 지난 4월 네이버와 자사 AI 가속기 ‘가우디’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엔비디아가 내놓는 AI 가속기 의존도가 높다 보니 품귀 현상이 발생해 시장에 제때 제품이 공급되지 않고 가격마저 뛰며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인텔코리아 사장이 네이버와의 협력을 발표한 이후 언론 인터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가우디를 테스트하면서 서울대 등 협력 기관과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AI 공동연구센터를 세웠다. 권 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마치면 이를 오픈소스 생태계에 공개할 것"이라며 "그러면 다른 개발자나 기업이 그걸 또 발전시키면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순환을 조성해 개방형 생태계를 활성화하면서 가우디를 보급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인텔의 비즈니스 모델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 과거 PC 중심으로 사업을 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자동차 등 분야로 연관 제품을 늘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재진출까지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 사례도 늘리고 있다. 최신 기술을 빠르게 소화하고 혁신 의지가 강한 국내 시장의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1988년 인텔코리아 창립 멤버이자 2015년 사장직을 맡아 9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입사 당시만 해도 인텔 사업의 많은 부분이 PC와 관련이 있었다"며 "지금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고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중요도도 굉장히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고객은 물론이고 새로운 고객과의 사업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기업뿐 아니라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 등 신생 기업과도 협력 사례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엔 신세계 IT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와 리테일(유통) 분야에서 솔루션을 고도화해 주목받기도 했다. 권 사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같이 진행할 사업이 없었지만 AI로 인해 협력하게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국내 기업들과 이뤄낸 성과를 해외로 알리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권 사장은 "국내에서 협력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글로벌로 뻗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협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모든 것을 바꿀 거라고 하는데, AI 혁신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며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혜택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종합적인 접근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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