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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 가열에 표류하는 경제법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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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 등 주요 법안 해당 소위 넘지 못해
고준위방폐물·전력망 확충 특별법 논의 안돼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주요 경제법안들이 표류하고 있다. 채상병특검법 등 정쟁 법안에 밀려 처리가 시급한 민생 법안이 정작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법안은 상임위 소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면서 안건을 상정하지도 못했다. 민생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벌써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경제법안 처리 현황은 해당 소위원회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10인 이상 동의를 얻어 발의된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견 수렴 과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에서 하나의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해당 상임위원회 '회부'→상임위 전체회의 '상정'→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의결'→상임위 전체회의 '의결'→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국회 본회의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처리가 시급한 법안을 놓고 여야가 한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 셈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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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 여야 공감대…세액공제 기간 등 이견

21대 국회 임기 만료 직전 폐기된 '국가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K-칩스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방폐장법)'이 대표적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8%에서 15%,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다만 올해 말 일몰된다. 세액공제 혜택이 유지되려면 법 개정이 시급하다. 이날 현재 관련 법안 4건이 소관 상임위에 접수된 상태다.


여야는 K-칩스법 일몰 연장에 동의하면서도 세부 사항에 대한 협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기술 투자세액 공제율을 대기업 25%, 중소기업은 35%로 각각 10% 포인트 높이자고 주장했다. 시설 투자와 관련한 세액공제를 2034년까지 10년 연장하는 방안도 담겼다. 반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 10년인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발의했다. 여야 모두 반도체 특별법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제 비율 및 부자 감세 논란 등을 놓고 일부 협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당, 고준위방폐장법 주도…야당, 해상풍력 특별법 함께 처리

고준위방폐장법도 국민의힘의 1호 당론 패키지에 포함되면서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으면 당장 6년 후부터 원전을 순차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고준위 방폐물이 원전 내 쌓이고 있고,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최소 7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화 시점이 가장 먼저 도래하는 한빛과 고리원전의 경우 당장 설치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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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원전이 밀집해있는 영남권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당 법안 발의를 주도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일인 지난 5월30일 김석기 의원 등 12명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출했고, 같은 날 이인선 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냈다. 지난달 5일에도 김성원 의원 등 11명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설치·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20일 정동만 의원 등 20명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야권은 고준위방폐장법을 해상풍력 특별법과 함께 처리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AI기본법 상정 문턱 못 넘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여당의 주요 관심 사안이다. 국민의힘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성원 의원과 간사인 이인선 의원이 각각 법안을 제출했다. 두 법안은 신규원전 적기 개통·재생에너지 발전량 수용 등 국가 에너지믹스 이행을 위한 전력망 확충을 통해 발전산업,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핵심 산업을 제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해당 법안에는 속도감 있는 사업추진을 위한 인허가 절차 개선, 개발 행위·손실보상 특례, 지역민 보상·지원 제도를 통해 국민 피해 최소화하는 등 정책·제도적 지원 방안들이 담겨있다.


인공지능(AI) 기본법 등 AI 관련 법안은 여야가 법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31일 AI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한 이래 여야 의원들이 총 6건의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생성형 AI 등 기술 발전에 대응해야 하기 위해 산업 육성·신뢰기반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법안 소위를 통과해 1년 넘게 계류했다가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결국 법안은 폐기됐다. 시민단체는 고위험 AI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처벌 규정이 반드시 법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산업계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견해가 엇갈리는 만큼 논의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자위에서는 아직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대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앞서 여야가 원 구성을 놓고 갈등을 벌이느라 상임위 구성 일정 자체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산자위도 전날 첫 전체회의를 열고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을 여당 간사로 선임했다. 또한 K-칩스법과 달리 여당만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만큼 여야가 이견을 보일 경우 입법화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산자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져왔지만 위원 수는 민주당이 17명이지만 국민의힘은 11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철규 산자위원장은 이날 아시아경제에 "상임위 활동이 시작됐다"며 "곧이어 소위가 구성되면 법안심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1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순직해병특검법 거부 규탄·민생개혁입법 수용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1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순직해병특검법 거부 규탄·민생개혁입법 수용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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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법안심사 이견…의결 못 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역시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인 노조법 개정안이다. 파업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연말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다. 환노위는 전날 소위에서 법안 심사를 진행했으나 의결하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노조의 불법파업에 책임을 제한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사업장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해 손해를 입혀도 노동자에게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와 사용자, 국민 모두 부담으로 작용해 재앙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적 충돌법안 양곡관리법…안건 상정 불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소위에 안건 상정조차 못 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전날 안건 상정을 계획했으나 소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상정이 불발됐다. 양곡관리법은 국회의 대표적인 충돌법안이다. 쟁점은 쌀값이 일정 가격 하락 시 임의로 매입하던 요건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2021년 쌀값 폭락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으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민주당은 쌀값을 정부가 통제해 시장 실패를 부추기고 농산물 가격 폭락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쌀값 하락은 구조적 공급과잉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의무매입까지 규정할 경우 초과공급이 일어나 폭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양곡관리법은 현재 소관 상임위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협의까지 이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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