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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④고민 깊어진 BOJ…美-日 금리차에 GDP쇼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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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금리 인상 나섰지만…슈퍼엔저 지속
슈퍼엔저, 근본적 원인은 '미·일 금리차' 때문
제2 플라자합의 가능성 제기돼
셈법 복잡해진 日, 엔화 강세 전환 쉽지 않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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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은행(BOJ)은 오랜 양적완화에서 벗어나 -0.1%였던 단기 정책금리를 0~0.1%로 인상하며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다.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자 의도적인 엔화 절하를 유지해 온 일본이 이른바 ‘금리 정상화’를 선포한 것이다. 작년 말 일본이 슬슬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엔화 가치 상승 기대감은 부풀어 올랐다. 작년 하반기 150엔대를 찍으며 최고 수준을 달렸던 엔·달러 환율은 12월 한때 장중 141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BOJ의 금리 인상 조치에도 엔저는 견고했다. 엔화는 지난 4월29일 장중 심리적 방어선인 16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긴 건 1990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깜짝 놀란 일본 재무성은 곧바로 620억달러가량의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며 시장에 개입해 환율 상승을 억제했지만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했다. 약 두 달 뒤인 이달 1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61.72엔을 돌파해 37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초엔저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걸 증명했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당 140엔대에 머물던 엔화가 반년 만에 20엔이나 폭등하는 이른바 '슈퍼 엔저'가 발생한 것이다.

엔저를 이끄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전문가들이 일제히 지적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때 일본은 오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경기를 부양(수출기업 이익 증대·주가 상승 등)하기 위해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동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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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미·일 금리차는 역대급으로 벌어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일본이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2016년 2월 미·일 금리차는 0.475%포인트에 불과했다. 이후 미국이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2018년 12월엔 금리차가 2.475%포인트에 달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진행됐던 2020년엔 미국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금리차가 0.225%포인트로 뚝 떨어졌지만, 2022년부터 미국이 단계적으로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2024년 7월 현재 금리차는 5.325%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최근 강(强)달러에 엔화, 원화 등 주요국 통화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자 일각에선 '제2 플라자합의'가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4월 한국경제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재정적자 증가는 2026년 제2의 플라자합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당시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주요 5개국(G5) 재무부 장관이 미국 플라자호텔에 모여 엔화, 마르크화 등의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상을 유도했던 합의다. 당시 강달러의 여파로 달러당 250엔 안팎에서 움직이던 엔화는 플라자합의 2년 뒤엔 1987년 말, 달러당 120엔대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실물 경기가 위축된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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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려면 미국은 빠르게 금리를 인하, 일본은 과감하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5.25~5.5%, 일본 단기 정책금리는 0~0.1%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은 금리 인하에 나서고 일본은 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미국의 인하 시점은 계속 늦춰지고 있고, 일본의 금리 인상 폭은 시장의 기대보다 미미한 수준에 그쳐 엔저 추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 미국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물가가 둔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머지않았단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해 시장 전망치(3.1%)와 전월(3.3%) 수치를 모두 밑돌았다. 지난 4월(3.4%), 5월(3.3%)에 이어 석 달째 둔화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81.2%로 하루 전(69.7%)보다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다만 올해 FOMC 회의는 7·9·11·12월 총 네 차례 남겨두고 있는데 11월 미국 대선 일정을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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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슈퍼 엔저'에 '국내총생산(GDP)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BOJ는 월 6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지난 1일 일본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 2.9% 감소하면서 2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19일엔 일본 정부가 개인소비 둔화 등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이를 두고 BOJ가 오는 31일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 월 6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 규모를 충분히 축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인구고령화 등 일본 경제의 취약성을 고려하면 엔화 강세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탈출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장 흐름은 부진한 상황”이라며 “결국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성을 극복하지 못한 점이 엔화 약세에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최근의 엔화 약세 현상은 사실상 일본의 금리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대규모 정부부채를 가진 상황이라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싶더라도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도 “일본의 전체 재정지출 규모 중 25% 정도가 원리금 상환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일본의 국가부채가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내부 정책적 면에서 엔화가 강세로 반등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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