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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맞다 vs 아니다" 시청역 사고, 기술로 본 쟁점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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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분석에 전문가들 '갑론을박'
"브레이크등, ECU 고장나도 브레이크 밟으면 켜져"
긴급제동장치 미작동 이유는
사고기록장치 신뢰성 높여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차량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는 전자제어장치(ECU)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는 반면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설사 ECU가 고장 났더라도 운전자가 끝까지 브레이크만 밟았다면 기계적인 제동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맞선다. 본지는 이번 사고에 대한 3가지 기술적 쟁점을 분석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다.


한 승용차의 역주행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한 승용차의 역주행으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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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U가 망가지면 브레이크등이 안 켜질 수 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그는 이번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 "해당 차종은 ECU를 한 번 거친 이후 브레이크 등의 점멸 여부를 결정한다"며 "ECU가 망가지면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더라도 불이 안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 차량은 2018년식 가솔린 3.3 G80 제네시스다. 경찰 분석에 따르면 사고 영상 CCTV에서 이 차량은 역주행 내내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사를 비롯한 또 다른 전문가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전자적인 안전보조장치가 탑재된 제네시스 G80에는 ECU가 브레이크등 점멸에 개입할 순 있지만 발로 직접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브레이크등이 꺼지게 할 순 없다는 반론이다. 물론 차량이 스스로 앞차와 간격을 조절하면서 달리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급제동 시 브레이크 등을 빠르게 깜빡여 후방 차량에 위험을 알리는 급제동경고시스템(ESS) 등 전자적인 안전기능을 작동할 때는 ECU가 브레이크등을 끄고 켜는 역할에 관여한다.


하지만 사람이 발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ECU를 거치는 건 아니다. 차량 기본 구조에서 브레이크와 브레이크 등은 단순한 스위치처럼 물리적 전선으로 연결된다. 게다가 사고 차량은 전자식 브레이크가 본격 도입되기 전 모델로 유압식(기계식)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브레이크 램프는 시동이 꺼져있을 때도 브레이크만 밟으면 불이 들어오는 구조"라며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ECU 개입으로 불이 안 들어오게 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2018년형 제네시스 G80(DH) 리어램프[사진=제네시스]

2018년형 제네시스 G80(DH) 리어램프[사진=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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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동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일각에선 사고 당시 차량의 긴급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ECU 결함 가능성을 제기한다. 제네시스의 ‘전방충돌방지보조시스템(FCA)’은 레이더·카메라 센서를 통해 보행자나 장애물을 인식하고 거리가 가까워질 경우 경고음을 보낸다. 충돌 직전에는 브레이크로 긴급제동을 건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선 FCA가 작동하지 않았다.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현재 판매되는 제네시스는 FCA가 기본 옵션이지만 2018년 당시에는 선택 옵션이었다. 운전자가 이 기능을 출고 때부터 구매하지 않았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운전자가 해당 기능이나 작동 전제 조건이 되는 기능인 차체자세제어장치(ESC)를 꺼놨을 수 있다. 2018년식 제네시스 G80 사용자 매뉴얼을 보면 이 기능은 계기판 설정을 통해 끄고 켤 수 있으며 ESC가 켜진 상태에서만 작동하게 돼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FCA 기능이 켜져 있다 하더라도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거나 핸들을 급격히 트는 경우 이 기능이 해제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차가 알아서 제동하는 경우가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의 의지가 FCA 기능보다 우선한다.


최근 국산 신차는 ‘페달오조작방지(PMSA)’ 장치를 탑재했다. FCA 기능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해제되지만 PMSA는 장애물을 인식한 상태에서 운전자가 급격한 페달 조작을 하면 모터 토크를 제한하고 전력(연료) 공급을 차단해버린다.


현대차그룹 차량에 장착된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예시[사진=HMG저널]

현대차그룹 차량에 장착된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예시[사진=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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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EDR은 믿을 만한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운전자는 법원에서 주요 증거로 채택되는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다. 두뇌에 해당하는 ECU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말단 장치인 EDR에 기록된 데이터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고에서는 EDR에 운전자가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은 것으로 기록됐다.


전문가들도 급발진 입증 장치로서 EDR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현재 교통사고 분석을 위한 데이터 근거 자료 중에서는 EDR이 가장 신뢰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즉 EDR 기록이 급발진을 포함한 모든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요술상자’가 될 순 없지만 현대 과학에서 사고 분석의 근거가 되는 가장 유용한 자료라는 얘기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차가 고장 났을 경우 EDR에 ‘에러데이터’로 뜨면서 기록이 안 될 수는 있지만 거짓 데이터가 기록되는 건 불가능하다"며 "다만 소비자와 제조사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 기록 항목을 늘리고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행 데이터 기록 강화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덧붙였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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