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매각·라이선스 수익 등
발명진흥법 통해 권리보장
기업 관행적으로 판단 지급
회사에 반감 해외이직 사례
법조계 "세부화 필요" 조언
"비과세 한도 높여야" 목소리
직원들의 직무발명보상금을 놓고 기업들이 법적 다툼에 휘말리는 일들이 최근 2~3년 새 빈번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는 전직 KT&G 연구원이 ‘내부가열식 궐련형 전자담배’를 최초로 개발하고도 보상을 못 받았다며 대전지법에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규모가 2조8000억원에 달해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제기된 개인 소송 중에선 최고액이다.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직무 중 이뤄진 새로운 기술의 발명으로 회사에 이익이 발생한 경우, 그 이익의 일부를 발명한 직원에게 보상해주는 제도다. 이익은 회사가 이 기술을 실제 사용해서 증가한 매출액, 기술을 매각했을 경우 얻는 수익, 타사와의 기술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얻는 수익 등을 모두 포함한다.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에 대한 모든 권리를 회사에 인계하고 나면 개발자로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보호장치로써 만들어졌다. 이 제도는 지난해 2월 발명진흥법이 생기기 전 특허법 제40조에 규정돼 있다가, 발명진흥법이 만들어지면서 이 법의 제15조로 흡수됐다. 보상금을 지급할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보단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이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 손에 좌우되는 보상금 분류·지급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는 가장 큰 배경은 관련법에 보상금 산정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무발명에 따른 정당한 보상액을 결정할 때는 발명으로 사용자가 얻을 이익과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 직원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관례로 쓰는 산식이 있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정해진 바가 없어 보상금 산정과 지급은 기업에 의해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법조계는 직무발명 때 기업이 직원들에게 줘야 하는 보상금을 발명에 따라 얻을 기업의 수익이 다양한 점을 고려해, 세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이선스 수익이나 로열티 절감, 매각에 따른 보상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기업은 보상금의 규모가 수천만~수십억원까지 커질 것을 우려해 이 분류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보상금을 두 가지(출원 보상금, 등록 보상금)로 나눠 지급하는 기업이 많다. 이는 기술이 특허를 받고 가치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전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술 1건당 20~100만원 수준으로 보상금이 책정된다. 특허 기술을 매각하거나 사용권 계약을 통해 수조원의 로열티를 받는 기업에 비하면 초라한 금액이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직원들과 논의 없이 보상금 지급과 관련된 내부 규정을 기업이 수정해 소송의 발단이 되는 경우도 적잖다.
기술·인력 유출 우려
새 기술 개발에 대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술과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자들이 우리 기업들에 대한 반감을 갖고 해외로 이직하면서 기술과 인력을 모두 뺏기는 불상사가 늘어날 것이란 걱정이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기업 현장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이런 우려는 더욱 커졌다.
다만 일각에선 긍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관련 소송이 늘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무발명에 대해 확실한 보상을 해주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이 직무 중 새 기술을 발명하는 즉시 보상 방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등에서도 직무발명보상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소득세제가 개선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행법상으론 회사로부터 직무발명보상금을 받은 직원들의 상당한 세금 부담을 지게 돼 있어 비과세 한도를 높여 이 부담을 없애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017년 직무발명보상금을 종합 과세하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이 개정된 이후 현재 비과세 한도는 700만원까지로 조정됐다. 지난 2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내놓은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서 김학효 STEPI 혁신법제도연구단 부연구위원은 "특허 성과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이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촉진하기 위해선 세제상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과세 한도가 2000~4000만 원이면 직무발명보상금 신고 근로자의 약 90~96%가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해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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