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4개 파손될 정도로 빠르게 달리다 정지"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형 역주행 교통사고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가해 차량 운전자가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당시 사건 목격자와 전문가들은 급발진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자신을 사고 현장 인근 상점의 주인이라고 밝힌 목격자 A씨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굉음을 듣고 사건 현장으로 나갔다"며 "처음에는 (도로에) 차가 많이 달려서 가해 차량이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가해 차량은 가드레일 있는 쪽 30~40m 밖에 서(정지해) 있더라"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9시27분께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분리대를 뚫고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해 차량 운전자인 60대 B씨를 검거했고, 음주 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B씨는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사고 목격자들은 '급발진이 아니었다'라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A씨 역시 '급발진' 주장에 대해 "의아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기가 일방통행 길이다. 하지만 급발진일 경우에 브레이크가 들지 않고 직진으로 갔을 텐데, (가해 차량은) 반대로 왔다"며 "이후 가드레일을 뚫고 횡단보도 쪽으로 와버린 건데, 어떻게 거기까지 가게 됐을까 싶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웨스틴조선호텔부터 온 거면 200m 이상 역주행한 것 같다"며 "난간이 4개 이상 파손이 될 정도로 그렇게 (가해 차량이) 밀쳐서 들어왔고, 가게 앞에 있던 오토바이까지도 그냥 밀고 나가버렸던데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도 급발진 주장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전자장치 이상으로 오히려 가속이 붙는다. 차량이 정상화돼서 속도가 줄게 된다든지,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가해 차량은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차량이 역주행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봤을 때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당황한 상태에서 과속을 더 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또 동승자가 있었는데, 동승자와의 다툼에 의해서 운전자가 홧김에 들어가는 경우 등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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