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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터리]‘명동 스타사’ 명맥 힙지로서 잇나…인스타로 홍보·택배로 받는 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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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는 주로 온라인
물품 배송은 택배·퀵
외국인 고객도 늘어

충무로3가 먹자골목 한가운데에 위치한 명품 가죽 수선 전문가게 ‘레더필드’. 시원한 유리 통창으로 가게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곳은 그 구조의 특성상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이 유독 자주 머무는 가게다. 가게 안팎에는 늘 누군가 수선을 맡긴 것으로 보이는 구두와 가방 등 각종 가죽 제품들이 빼곡히 쌓여 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8일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명품 가죽 수선 전문가게 '레더필드'에서 박현우 사장이 의뢰를 받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28일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명품 가죽 수선 전문가게 '레더필드'에서 박현우 사장이 의뢰를 받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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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점심시간 맞은편 카페에서 북적이는 고객들 사이에 앉아 이 가게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정작 가게를 드나드는 고객은 잘 보이지 않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근처에 관공서와 언론사, 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상권이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구두 굽을 갈려는 고객들이 으레 많을 법도 한 데 말이다.

28일 본지 기자가 만나본 레더필드 사장 박현우씨(30세)는 “주로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고 물품 배송은 택배나 퀵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박 씨에 따르면 레더필드의 마케팅은 주로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 전, 후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고객은 의뢰 물품을 사진 찍어 온라인으로 사장에게 보여주고 가격 책정을 받는다. 수선 의뢰 물품은 택배나 퀵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가게 사이를 오간다.


단가는 비싼 편이다. 구두 한켤레의 굽을 가는 데 평균 5만원 정도가 들고, 보통 2~3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일반 구둣방에선 수선비용이 한 켤레당 5000원이라고 하니 가격 차이가 무려 10배에 달한다.


언뜻 듣기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지만, 박 사장은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디올이나 샤넬, 구찌, 지방시 등 고가의 해외 명품 가죽 제품을 주로 수선하는 가게다보니 그만큼 가죽 잉크(안료)와 비브람창 등 필요한 재료도 고가의 제품만 쓸 수밖에 없다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28일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명품 가죽 수선 전문가게 '레더필드'에서 박현우 사장이 의뢰를 받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28일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명품 가죽 수선 전문가게 '레더필드'에서 박현우 사장이 의뢰를 받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사진=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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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색상 복원(염색) 작업을 할 때는 최대한 옅게 가죽 잉크(안료)로 작업을 해야 하고, 밑창 보강 작업 시에는 앞굽뿐 아니라 뒷굽도 함께 마모가 진행되는 등 전체적으로 꼼꼼히 보강해야 해서 작업 시간이 일반 기성품보다 더 오래 걸리고 더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기 마련이다”면서 “언뜻 들으면 가격이 너무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성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레더필드는 박 사장 부친이 4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운영해 온 생활용품 가게에서 출발했다. 박 사장은 부친의 생활 터전을 그대로 지키고 가꿔나가는 데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다. 레더필드 벽면의 인테리어는 1970~80년대 흔했던 목재 형태 그대로 보존돼 있다. 박 사장이 가죽수선을 위해 들여놓은 미싱틀이나 세척틀 등 갖가지 기구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레트로풍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 사장은 1980년대부터 30년 이상 해외 명품 구두 수선 장인으로 이름을 날린 ‘명동 스타사’를 롤모델로 꼽았다. 명동 스타사는 전남 장성 출신의 김병양 씨(88세)가 1988년 명동에서 구두수선 가게를 인수하며 시작한 수입 명품 수선전문점이다. 박 사장은 김 씨와 같은 가죽 장인의 길을 걷는 초석을 이 곳 힙지로에서 다져가는 중이라고 했다.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명품 가죽 수선 전문가게 '레더필드'. 사진=문혜원 기자

서울시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명품 가죽 수선 전문가게 '레더필드'. 사진=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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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이제는 명품 수선도 트렌드가 바뀌어서 온라인(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고 택배로 물품을 주고받는 시대”라며 “해외 명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20~30대 젊은 고객들에게도 인기가 매우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엔데믹 이후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레더필드를 찾는 외국인 손님들도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박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방문하면 명동에 숙소를 잡는 경우가 많은데, 가게의 위치가 근접해 있어서 구두나 가방을 맡겨두고 비행기 일정에 맞춰 늦지 않게 찾아갈 수 있어서 호평받는다”고 했다.

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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