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조국 되찾겠다" 전 합참의장 쿠데타
아르세 대통령 군 지휘부 교체…체포
볼리비아 군부가 26일(현지시간)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3시간여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군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후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며 국제적 지원을 촉구한 데다 시민들의 반발에 철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무장한 볼리비아군 장병들은 이날 오후 탱크와 장갑차 등을 앞세우고 수도 라파스 무리요 광장에 집결했다. 무리요 광장은 대통령궁(정부청사), 국회, 대성당 등이 위치한 곳이다.
볼리비아 군은 청사 앞에서 시민들의 통행을 일부 통제한 뒤 장갑차로 청사 입구를 부수고 진입을 시도했다.
이날 볼리비아 군의 행동은 전 합참의장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 명령에 따른 것이다. 수니가 장군은 쿠데타를 주도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 엘데베르에 따르면 그는 "수년 동안 소위 엘리트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조국을 붕괴시켰다"며 "우리 군은 민주주의 체제를 재구성해 국가를 일부 소수의 것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최근 경제가 급격히 침체하며 몇 달 새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2025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아르세 대통령에 맞서 출마할 계획을 세우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집권하다 부정 선거 의혹으로 물러났다. 아르세 대통령과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당초 동맹 관계였으나, 현재는 갈라선 상태다.
수니가 장군은 현지 방송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새 내각 구성을 촉구하며 "우리나라를 더 이상 파괴하지 말고, 더이상 빈곤하게 하지 말고, 군대를 모욕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 아르세 대통령의 반대파인 여러 정치인과 군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는 최근 "모랄레스는 다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등 발언을 한 이후 직위에서 해임됐다.
아르세 대통령은 청사 안에서 수니가 장군과 대치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나는 당신의 상관이다. 철수를 명령한다"며 "불복종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료들과 함께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볼리비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쿠데타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지휘부(3명)를 즉각 교체했다. 새 지휘부는 부대 복귀를 명령했고, 군대는 무리요 광장에서 철수했다.
수니가 장군은 이날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수니가 장군의 범죄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군 철수 후 "군복을 더럽히고 헌법을 공격하는 군대의 쿠데타 시도"라며 "볼리비아 국민은 언제나 민주주의 국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쿠데타를 감행해 안타까운 역사를 되풀이하는 군대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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