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 무덤 유골 항아리서 발견
화이트 와인 산화로 붉은 빛
액체 상태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와인이 발견됐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호세 라파엘 루이즈 아레볼라 스페인 코르도바대 유기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로마 시대 무덤에서 유골 항아리 안에 담겨있는 와인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고고학 저널: 보고서'에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오는 9월 정식 출판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2019년 고대 도시가 있던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주 카르모나 마을에서 약 2000년 전 조성된 로마 시대 무덤의 유골 항아리 안에서 붉은 액체를 발견했다.
한 가족이 오래된 주택을 보수하며 무덤을 발견하고 즉시 당국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무덤 내부 벽면을 파서 만든 움푹한 공간이 8개의 벽감(로쿨리) 중 6개에서 유골함을 발견했으며, 이 중 2개의 항아리에는 각각 세니치오와 히스파나에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입구에서 봤을 때 오른쪽 8번째 벽감에 있던 유골함에서 금반지와 5ℓ의 액체를 발견하고 분석한 결과 폴리페놀, 탄닌, 벤조산 등이 함유된 걸 확인했다. 이 물질은 현재 와인에서도 공통으로 발견되는 성분들이다.
추가 조사에서 연구팀은 액체가 붉은색을 띠었지만 화이트 와인임을 밝혀냈다. 알코올 농도가 낮고 레드와인의 주요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분해될 때 형성되는 시린산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화이트와인이 시간이 흐르며 산화돼 붉은빛을 띠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고대의 와인이 용기의 벽이나 여러 잔해에 흡착된 상태로는 발견되고 분석된 적이 있었으나 액체 상태의 와인에 대한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호세 라파엘 루이스 아레볼라 교수는 "암석으로 된 무덤 덕분에 이 같은 유물이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가장 오래된 액체 상태의 와인은 독일의 슈파이어 와인으로 약 1699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 와인은 같은 이름의 도시 근처 로마 무덤에서 별도에 유리병에 든 채 발견됐으며 현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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