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인과 결혼한 수십만명의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 취득의 문을 열어주는 새로운 이민 정책 프로그램을 18일(현지시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미국인과 결혼한 불법체류자들이 추방되지 않은 채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일정 기간 후 영주권, 시민권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행정부 관계자는 "여름 말까지 신청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수십 년 내 공개된 이민정책 프로그램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WSJ는 이를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발표한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다카(DACA)'에 빗대며 "'드리머(DACA 수혜자)'에 혜택을 준 조치에 버금간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이날 새로운 이민 정책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동시, DACA 12주년도 기념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 국경 폐쇄 등 강경 이민정책을 시행해온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측 보좌관들이 이민옹호자들과 법적 지위를 갖지 못한 가족을 둔 라틴계 유권자들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이미 미국에 거주 중인 장기 이민자들에게 수혜를 줄 수 있는 감미료(sweetener)를 함께 줘야 한다고 수개월간 생각해왔다고 전했다. 즉, 국경 폐쇄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더욱이 해당 프로그램은 일종의 '임시 보호'제도로 과거 미군 가족들을 위해 적용되기도 했었다. 이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측에서는 일찌감치 이러한 구제 조치에 동의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내부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미국인이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이들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에 찬성했다는 점 역시 정책 시행에 힘을 실었다. 현재 미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입국한 경우 시민권자와 결혼하더라도 법적 지위를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다.
WSJ는 "새로운 프로그램은 이민법 조항에 의해 뒷받침된다"면서 "영주권 신청이 훨씬 쉬워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 취임하더라도 쉽게 취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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