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베르사체 40%, 50% 폭탄세일
中 경기 회복 지연에 중산층 명품 소비 '뚝'
전 세계 럭셔리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해온 중국의 명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전례 없는 수준의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이번 달부터 발렌시아가의 인기 핸드백 상품을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 및 주요 명품 판매 플랫폼보다 35%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한 소식통은 발렌시아가가 올해 1~4월까지 할인 제품 수를 두 배 이상 늘렸으며,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 재고의 10% 이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베르사체, 지방시, 버버리도 티몰을 비롯한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가격을 절반 이상 인하했다. 특히 2023년 약 40%에 달했던 베르사체의 평균 할인율은 올해 50% 이상으로 급등했다. 소식통은 베르사체를 비롯한 여러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몇 개에 불과했던 판매 제품 수가 올해 4개월 만에 수백 개로 급증했다고 부연했다.
블룸버그는 "독보적인 이미지와 가치를 추구하는 사치품 브랜드들에 있어서 이러한 가격 경쟁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아울렛 몰이나 개인 판매를 통해 눈에 띄지 않게 재고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이렇게 큰 할인 혜택을 주력 플랫폼에 전면 배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럭셔리그룹의 중국 컨설팅 상무이사 자크 로이젠도 "명품 브랜드들이 세계에서 가장 널리 공개된 중국 티몰에서 세일을 개최하는 것은 경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다"고 평가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이러한 할인 경쟁의 배경에는 중국의 부동산 침체 및 경기회복 지연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수익을 늘리고 실적 개선을 기대하지만 경기 침체가 중국 가계의 부를 침식해 중산층들은 점점 더 검소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발렌시아가를 보유한 프랑스 사치재 기업 케어링은 지난 4월 중국 내 구찌 판매 부진으로 상반기 이익이 최대 45%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런던증시에서 버버리 그룹 주가는 중국과 미국의 수요 부진으로 지난 1년 동안 반토막이 났다.
다만 모든 명품 브랜드가 할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등은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자사 제품의 전자상거래 노출을 제한하며 순자산 가치가 높은 VIP 고객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젤리토 페레즈 탄 주니어 알티지그룹아시아 공동 창업자는 "할인이 단기적으로는 재고 정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잦은 가격 인하로 인해 브랜드의 접근성이 너무 높아지면 그들이 탐내는 VIP 고객은 더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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