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PPI 둔화에 근원 PCE도 완화 예상
전월比 상승률 0.1~0.15% 그칠 듯
금리 인하 가능성, 9월 68%·11월 8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눈여겨보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달 반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 소매물가에 이어 도매물가가 잇달아 둔화하면서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9월 첫 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는 28일 발표 예정인 5월 근원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1~0.1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올해 1~4월 평균 상승률인 0.32% 역시 크게 하회한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5월 근원 PCE 물가가 전월보다 0.11%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와 시티그룹은 각각 0.11%, 0.15% 상승을 점쳤다.
근원 PCE 물가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Fed가 가장 주목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지난달 소매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세가 모두 꺾이면서 월가는 근원 PCE 물가 역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PPI는 전월 대비 0.2% 내렸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달 PPI 상승률이 전문가 전망치(0.1% 상승)는 물론 전월(0.5% 상승) 수치 또한 크게 하회하며 예상을 깨고 한 달 만에 하락 반전했다. PPI 하락분의 거의 60%가 휘발유 가격 하락에 기인했다. 디젤 연료, 상업용 전력, 항공기 연료 가격도 내렸다. 도매물가인 PPI는 시차를 두고 소매물가인 CPI에 영향을 미쳐 CPI 둔화세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앞선 전날에는 CPI도 둔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CPI는 전년 대비 3.3% 올라 전망치(3.4%)와 전월(3.4%) 수치 모두 밑돌았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4% 올라 상승률은 두 달 연속 2021년 4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3.5%)와 전월(3.6%) 수치 역시 모두 밑돌았다.
인플레이션 둔화 시그널이 연이어 확인되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오는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68% 넘게 반영 중이다. 11월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81%가 넘는다.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줄였으나 시장에서는 2회 인하가 가능하다고 점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역시 "올해 1회 또는 2회 금리 인하 전망 모두 그럴듯한 예측"이라며 "노동시장 상황이 예상 밖으로 약화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빨리 둔화하면 이에 맞춰 통화정책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0.23% 오른 5433.74, 나스닥지수는 0.34% 뛴 1만7667.56에 거래를 마쳐 4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7% 하락한 3만8647.1에 장을 마감했다. 국채 금리도 내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내린 4.7%,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bp 하락한 4.24%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대료 인상 둔화, 임금 인플레이션 하락, 소매업체의 마진 압박 전망 등은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이번주 Fed 예상치보다 느릴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며 "이는 오는 9월 첫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올해 여러 차례 인하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메리카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오는 9월, 12월 두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예상하며 "최근 데이터는 Fed가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착수할 문을 좀 더 활짝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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