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등 주요 지자체 사업 중단
답답함 이유로 택시기사·승객 기피가 원인
의무화 쉽지 않아…자율 설치 유도해야
최근 술에 취한 승객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택시기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년 전 택시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보호격벽 설치사업이 시행됐으나, 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보호격벽 설치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수요조사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주요 지자체 '중단'
13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차량 내 보호격벽 설치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택시 보호격벽 설치사업'은 서울·경기·인천 등 주요 지자체를 포함한 대부분 지자체에서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019년과 2021년도에 각각 2500만원과 5000만원 예산을 편성해 총 729대(236대·493대)를 지원했으나 현재는 예산 편성과 수요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경기도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25개 시군을 대상으로 약 3억5000만원을 들여 모두 1397대에 지원금을 지급했으나 현재는 진행하지 않는다. 인천시 역시 2022년 1년간 예산 3870만원을 편성해 768대를 지원했으나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중단 배경으로는 저조한 지원율과 예산 편성의 어려움 등이 꼽힌다. 택시 보호격벽 설치사업은 택시기사 안전을 위해 운전석 주위에 설치하는 투명한 보호격벽 설치 비용의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평균 20만원에 달하는 보호격벽 설치 비용의 50~80% 사이를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많은 택시기사가 보호격벽을 설치하면 차량 내부가 좁아진다는 이유로 설치를 기피하는 데다 일부 승객이 결제 시 불편하다며 보호격벽 설치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에 소속된 택시기사 정모씨(56)는 "3년 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아 보호격벽을 설치했지만 운전석 주위를 둘러싸다 보니 답답하고 불편해서 3개월 정도 사용하다 제거했다"며 "주변을 보면 승객이 컴플레인을 걸고 본인도 불편해서인지 설치 비율이 높지 않다. 택시 5대 중 1대 정도만 설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주요 지자체도 사업 당시 지원율이 목표치에 한참 미달한다는 이유로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9년과 2021년에 사업을 진행했지만 택시기사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설치를 꺼렸고 지원율이 저조했다"며 "지원율 자체가 저조하다 보니 예산과에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버스와 상황 달라, 자율 설치 유도해야
택시도 버스처럼 차량 내부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자 폭행 사고는 2019년 2587건에서 지난해 3947건(잠정)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5일엔 서울 관악구에서 술에 취한 승객이 60대 택시기사를 택시가 3㎞가량 달릴 동안 폭행해 경찰에 체포됐고, 8일엔 부산 서구에서 한 취객이 여성 택시기사의 신체를 추행하고 목을 조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택시기사들의 자율적인 설치를 유도하되 지자체 차원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펼칠 필요성은 있다고 강조한다. 운전자 보호에 대한 강제성과 공적 필요성이 큰 버스와 달리 택시는 기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방안이 바람직하지만, 지자체 차원에서의 홍보는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버스는 운전자 폭행에 따른 피해가 택시보다 훨씬 크므로 보호격벽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옳다고 보지만, 택시는 이와 상황이 다르다"며 "많은 택시기사가 불편함을 이유로 설치를 꺼린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 위험성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자율적인 설치를 유도하되, 설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을 보다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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