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가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 대해 심의에 착수한다. 방통위는 유튜브 영상에 대해 게시물 삭제, 접속차단 등의 시정 요구를 의결할 수 있다.
10일 방통위에 따르면 방통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13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 관련 영상 4건을 회의 안건에 올려 심의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심의 규정 위반인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나락보관소 측 역시 10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나락 보관소 채널이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받게 됐다. 이제는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계속 영상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의 얼굴, 직업, 신상 등이 구체적으로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5일 만에 조회 수 331만건을 기록하는 등 큰 화제가 됐고, 이를 계기로 비판 여론이 일어 일부 가해자는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가해자 44명에 대한 신상정보를 모두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사건 피해자 측이 해당 유튜브 채널에 첫 번째 ‘가해자 신상 공개’ 영상이 올라올 때까지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피해자 지원 단체 측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 피해자의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일방적 영상 업로드와 조회 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동의 없는 가해자 신상 공개와 사적 제재에 대한 비판이 일자 나락보관소 측은 관련 영상을 모두 내렸다. 그러다 하루만인 8일, 해당 유튜버는 "피해자 여동생이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피해자 남동생은 공론화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라며 삭제 영상 일부를 다시 올린 상태다.
한편 방통위는 유튜브 영상에 대해 게시물 삭제, 접속차단 등의 시정 요구를 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강제성은 없다. 다만 유튜브는 그간 방통위 의결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았으며, 법원 판결이 있거나 자체 규정을 위반한 경우 조치하는 자율 규제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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