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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제재냐 정의구현이냐…밀양 가해자 신상공개[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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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철거, 해고, 임시발령 등 파장 커져
네일숍 무고 피해자도 발생
형사·사법시스템과 국민 법감정 간극 커
줄여나가지 않으면 계속될 사적제재
피해자 '잊혀질 권리'도 고려해야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같은해 12월 11일 벌어졌던 시위 현장(자료=한국여성단체연합)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같은해 12월 11일 벌어졌던 시위 현장(자료=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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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관련자들의 신상이 온라인 공간에서 재주목받고 있다. 가해자의 이름, 얼굴, 직장은 물론 소셜미디어 계정에 쓴 글까지 공개되며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지금까지 신원이 노출된 3명의 가해자가 신상이 공개돼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임시발령 조치를 받았다.


형사, 사법 시스템이 해내지 못한 정의 구현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과열될 경우 무고나 연좌제의 위험성,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 훼손, 의문부호인 범죄억제력 등을 감안할 때 신중론도 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1년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 불구속 3명)을 기소했다.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났다. 44명 중 형사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1명도 없었다. 대다수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아 여론의 공분을 샀다.


가해자 A씨가 다니던 경북 청도 국밥집은 철거됐다. 가해자 B씨의 경우도 외제차 딜러로 근무중이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이 해고 조치를 통보했다. 세 번째로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C씨는 근무중인 대기업에서 임시 발령 조치를 받았다. 아래는 (왼쪽부터) A씨가 다닌던 식당에서 게재한 사과문, B씨 회사의 입장문(자료=온라인 커뮤니티)

가해자 A씨가 다니던 경북 청도 국밥집은 철거됐다. 가해자 B씨의 경우도 외제차 딜러로 근무중이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이 해고 조치를 통보했다. 세 번째로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C씨는 근무중인 대기업에서 임시 발령 조치를 받았다. 아래는 (왼쪽부터) A씨가 다닌던 식당에서 게재한 사과문, B씨 회사의 입장문(자료=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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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철거, 해고, 임시발령...무고 피해자도 발생

우선 가장 처음으로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A씨가 다니던 경북 청도 국밥집은 철거됐다. 가해자를 고용했던 업주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내걸고 식당을 폐쇄했다. 가해자 B씨의 경우도 외제차 딜러로 근무중이었던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이 해고 조치를 통보했다. 세 번째로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C씨는 근무중인 대기업에서 임시 발령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무고로 피해가 생기는 경우도 발생했다. 밀양시의 한 네일숍이 ‘가해자의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목됐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네일숍 주인은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데, 네일숍 리뷰에 욕설이 쏟아지는 등 피해를 당했다”며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진정했다. 지역 비하 논란도 생기고 있다. 사건 당시 밀양에서 가해자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는 일부 주장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밀양 출신 남성과는 결혼도 하면 안 된다’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2004년 12월 7일 당시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힌 고교생 40여명이 울산 남부 경찰서에서 고개를 파묻고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다(사진자료=연합뉴스)

2004년 12월 7일 당시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힌 고교생 40여명이 울산 남부 경찰서에서 고개를 파묻고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다(사진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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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법감정 간극 컸던 사건.. 피해자 잊혀질 권리도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형사·사법 시스템 체계 한계의 명분으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재판이 사후적으로 반복되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경찰이 1차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지도 못했고, 가해자들이 소년부에 다 송치가 되면서 형사처분이 아니라 보호처분이 이뤄지면서 당시 형사정의가 와해됐다. 그 잘못된 판단이 20년이 지나서까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공적인 정의를 공적인 시스템이 갖추지 못하니까 사적 구제로라도 하려고 하는 것인데, 사회적 문제로 봐야한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에서도 (가해자 신상털기와 같은 행위가) ‘공개적 수치심주기(Public Shaming)’라는 개념으로 통용될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결국 형사사법 시스템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얘기인데 이를 좁혀가지 않으면 (이같은 방식의) 사적제제는 계속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다만 “사적 제재는 오판으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를 발생시킬 우려 뿐만 아니라, 20년 전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를 훼손한다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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