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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2시간 이내만"…규정 명문화에도 '가혹 얼차려'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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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군 사망자 93명
'군기훈련' 관련 내용 법 규정에 명시, 현장선 안 지켜져
사전 교육·처벌 강화 필요

최근 강원도 인제의 한 부대에서 '얼차려'를 받던 훈련병이 쓰러져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부대 내 군기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얼차려를 방지하기 위해 훈련의 세부 내용을 명시한 법 규정이 마련됐음에도 현장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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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군대 내 사망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3년 117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점차 줄어 2020년 55명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점차 증가해 2022년에 93명으로 늘었다.

특히 군기사고로 인한 사망 비율이 높았다. 군대 내 사망사고는 크게 군기사고와 안전사고로 나뉜다. 군기사고란 군형법·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등 각종 법규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위반해 발생한 사고로, 익사·추락·폭발 등이 포함된다. 안전사고란 고의성이 없는 불안전한 인간의 행동과 불안전한 물리적 상태 및 조건이 원인으로 작용해 사망을 초래한 사고로 자살 등이 포함된다. 개인 질병 등 예방할 수 있지 않은 사고는 집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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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군기훈련은 군 장병들의 대표적인 인권 침해 요소로 꼽힌다. 기존에 군기훈련에 관한 내용은 각 군 규정에 행정규칙으로 명시돼 있었다. 그러다 2020년,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상위법에 군기교육에 관한 내용이 포함, 군기훈련이 공식적으로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이때 명칭도 '얼차려'에서 '군기훈련'으로 바뀌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38조의2는 '현역에 복무하는 군인 등을 대상으로 체력을 증진하거나 정신을 수양하는 등의 방법으로 군기훈련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군기훈련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시행령과 육군병영생활규정에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1일 군기훈련은 2시간 이내로 실시하되 1시간 초과 시 중간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또 뜀걸음은 일·이병에게는 단독군장으로 1회에 2㎞ 이내, 상·병장에게는 단독 또는 완전군장으로 1회 1㎞ 이내로 진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세부 내용이 실제 부대 내에선 지켜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휘관 개개인이 군기훈련에 관한 세부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할뿐더러 군대 특성상 상황에 따라 훈련 강도는 언제든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사망한 훈련병 역시 기준을 한참 초과한 20~25㎏ 완전군장을 메고 1.5㎞ 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군 법무실 징계과장 등을 역임한 법무법인 동인 손광익 변호사는 "인사참모부에서 군기훈련에 관한 내용을 교육자료라는 형식으로 송달하긴 하지만, 지휘관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교육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거기다 장병들의 컨디션과 체력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군기훈련을 반드시 규정에 맞춰 시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을 받더라도 장병들이 문제를 제기할 곳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부대 내 부조리에 관한 피해는 '국방 헬프콜 1303'을 통해 접수받고 있다. 피해가 접수되면 감찰부에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만에 하나 비위가 크다고 판단되면 법무과를 통해 징계하거나 수사기관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이때 성 비위 등 민감한 사건이 아니라면 대다수 장병이 신분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송 변호사는 "보통 성 비위는 본인이 요청할 경우 비밀리에 조사가 진행되는데, 군기훈련처럼 일반적인 부조리에 관한 사건은 감찰 부서에서도 신분 보호를 심각하게 고려하지는 않는다"면서 "제도상으론 마련돼 있으나,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를 미루거나 그냥 참는 장병도 많아 사실상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이어 "부대 내 올바른 군기훈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사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이미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해 누구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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