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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오영주 중기부 장관 "중소기업 스마트·글로벌화 성공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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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명확화 등 검토해야…컨설팅 강화"
"국가 경제 성장동력, 중소벤처기업서 나와"
어디서든 걷기 위해 출장가방에 운동화 챙겨넣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 중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많다. 중기부는 최근 처음으로 일본 경제산업성과 양국의 중소기업 발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4월에는 외교부와 협의해 재외공관에 ‘중기 지원 전담 창구’를 개설했는데, 이 역시 최초다.


남이 시도하지 않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오 장관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이화여대 출신 첫 외교관인데, 외무고시에 도전한 이유를 "모교에 사법고시 행정고시 선배는 많았지만, 외무고시는 없어서 내가 최초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외시 합격 이후 35년간 외교 무대를 누비던 그는 지난해 12월 중기부 장관에 임명됐다. 외교관 출신 첫 중기부 수장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걸으며 아시아경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걸으며 아시아경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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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오 장관은 가벼운 정장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나섰다.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신조로 출장 일정이 빼곡한 오 장관은 틈날 때마다 걷기 위해 여분의 운동화를 늘 챙겨 다닌다. 그는 “공식 행사가 아닐 때는 운동화를 신고 틈나는 대로 걷는다”며 “퇴근해서 집에 들어갈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고 말했다. 주말엔 집에서 멀지 않은 진관사와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


다음은 오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임 150일이 지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중소기업 도약 전략 발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출액, 종사자, 수출액 등 국내 중소기업의 모든 지표가 박스권에 갇혀있다. 중소벤처기업은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다. 일본 정부가 스타트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일본 역시 성장 동력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중소기업이 박스권을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인데, 과거엔 이 문제를 중기부 내 부서마다 각자 고민하고 있었다. 장관 취임 후 부처 내 벽을 허물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벤처기업은 중기부 모든 부서 업무에 연계돼 있다. 국장들과 모여서 함께 토론했고, 그렇게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만든 정책이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도약 전략이다.

-외교부와 협업해 중소기업 글로벌화 정책을 펴고 있다. 타 부처와의 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베트남대사 시절 경험이 도움이 됐다. 해외공관은 경제외교, 문화외교, 개발외교 3가지가 핵심 업무이다. 베트남에는 40여개 공공기관이 나와 있는데, 분기마다 현안별, 주제별로 모여서 회의하고 협력한다. 내가 외교부에 해외공관 ‘중소·벤처기업 지원협의체’라는 담당창구(핫라인) 설치를 요청한 것도 베트남대사 시절 경험에 밑바탕 한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제안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였다. 현재 재외공관에서 많은 일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싱가포르에선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잠재 고객사와 현지 벤처캐피털을 대사관저에 초대해 미팅을 갖기도 했다.


-해외공관에 중소기업 핫라인을 설치할 아이디어는 어떻게 냈는지.

▲베트남을 예로 들면, 현지 진출 우리 기업의 3분의 2는 중소벤처기업이다. 대사관 문을 기업에 활짝 열고 어떤 이야기라도 듣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사관에서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누구를 어떻게 접촉해야 하는지 잘 모르더라. 재외공관에 중소벤처기업 이슈를 다루는 담당 창구를 두면, 이 창구를 통해 중기부가 현지에 나간 기업과 해당 공관을 연결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에 대한 향후 구상은 무엇인가.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제품 중심의 수출 정책을 테크 서비스 분야로 확대하고자 한다. 수출을 넘어 기업 자체의 해외진출로 정책을 확장하는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글로벌화 지원 대책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별도의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이행과제도 신속히 확정해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행과제가 제대로 추진되는지 매월 점검할 예정이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걸으며 아시아경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을 걸으며 아시아경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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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기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가.

▲중대재해법은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의 범위가 불명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의무 범위가 명확해야 중소기업도 준비할 수 있는데, 현재는 법리적으로 재검토해볼 부분이 있다. 법을 준수하기 위해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몰라서 어려워하고 있다. 단순히 2년 추가 유예뿐 아니라, 의무 범위가 명확해지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 국회와 중기중앙회 등 중소기업계 측과 논의하고 있으니, 중기부는 법리 문제를 명확하게 해 제대로 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


-중소기업이 시급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은 무엇인가.

▲현재 중기부는 현행 규정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컨설팅해주기 위해, 지방 13개 중기청을 돌면서 중소기업 대상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클린 제조 환경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절단기, 압착기 등 위험한 제조설비를 사용하는 소상공인의 작업장 내 공정을 분석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작업환경을 개선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중대재해법과 함께 중소기업계의 양대 이슈가 가업승계의 어려움인데.

▲취임 후 중소기업 현장을 다녀보니 많은 중소기업인이 가업승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제조업 중소기업은 창업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었지만, 자녀들이 이어받아 경영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았다. 중소기업이 지속 발전해서 국가 혁신 제조업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가업승계에 걸림돌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원활한 가업승계로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한 정책이 있는지.

▲신사업 전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2창업 수준으로 가업승계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이다. 상속세 부분은 현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관련 규제는 지속해서 완화되고 있는데, 앞으로 핵심은 가업승계를 받은 사람이 블루오션으로 사업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근 부산의 자동차 부품사를 다녀왔다.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곳이었는데,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로 방향을 옮기면서 관련 설비 마련 등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부분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자녀 세대에서 가업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사례가 많아지는데,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의 승계'가 가능하도록 지원책을 만들었다. 부모에서 자녀 세대로 대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좋은 기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지.

▲2021~2022년에 스타트업 관련 투자가 최절정에 달했다. 당시 너무 많이 늘어난 투자가 지금은 조정기에 들어갔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투자가 덜 줄었고, 더 빨리 회복했다. 최근 데이터를 보니 인공지능(AI)과 딥테크 부분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에서도 거대언어모델(LLM) 관련 스타트업은 해외투자를 잘 받고 있다. 국내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방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모든 것이 서울에만 집중돼 있어서 지방에서 창업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본사와 공장이 지방에 있어도 투자를 받으려면 서울 사무소를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해 지방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위해 모태펀드를 지역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방에는 벤처캐피털이 너무 적다. 지방의 좋은 스타트업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엔젤 투자 허브를 만들고 있다. 올해 1000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지역 스타트업 활성화에 투입하려고 한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세종대로의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 세종대로의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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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소벤처기업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로 어려움을 호소한 기업이 적지 않다.

▲R&D 예산은 꼭 가야 할 곳에 제대로 가야 한다. 박스권에 갇혀 있는 기업에서 혁신성이 나오는 R&D가 필요하다. 지난 3개월 동안 라운드테이블(원탁회의)을 하며 중소기업 R&D 대책을 만들었다. 12개 국가전략기술분야에 R&D 예산의 50%를 배정했다. 글로벌 중심의 R&D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위험성이 있어도 성장 가능성에 있는 기업에 R&D 예산 투입하겠다.

아울러 지방에 있는 우수 기업 1300개사를 모아 ‘레전드 50+’로 명명했다. 이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주력산업과 같은 지역산업 전략에 맞춰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중기부가 정책자금, 바우처, 스마트공장, 창업중심대학 등 기업의 수요가 높은 핵심 정책 수단을 3년간 패키지로 지원해 주는 정책이다. 그동안은 각 지자체에서 필요한 R&D 지원 등을 하나씩 공모받아 지원하다 보니까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제는 1300개 기업 전체에 지원 사업을 공유해 각 회사 상황에 맞게 지원받아 사용하도록 했다. 지역경제를 혁신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첨단 업종의 중소기업에 지원이 집중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많은 지원이 전통적인 업종 등의 중소기업에 가고 있다. 이런 기업도 혁신적 영역에 진출해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겠다. 기존 중소기업은 스마트화를 통해 혁신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심각한 인력난 해결에도 스마트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을 각 지역 기업에 매칭하는 정책을 통해 지방 중소기업 인력난을 덜겠다.


-35년 넘게 공직에 몸담으면서 여성으로서 느낀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과거엔 여성은 공직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유리천장을 한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천장의 존재가 오히려 도전하는 목표가 됐다. 긍정적이고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으로 차별을 극복하니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외교부 재직 시절에도 모두가 원하는 주류보다는 주변부라도 도전할 수 있는 부서와 업무를 찾아다녔다. 이렇게 도전하다 보니 중기부 장관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앞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역동적 변화의 핵심이 되도록 도전해서 성공시키겠다.


오영주 중기벤처부 장관은…

▲1964년생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외무고시 22회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주유엔차석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 ▲주베트남대사


대담=이동혁 바이오중기벤처부장

정리=이승진 기자





대담=이동혁 바이오중기벤처부장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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