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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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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한국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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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말할 때면 정책당국은 언제나 펀더멘털이 튼튼해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버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이런 언급을 ‘이번엔 다르다’라는 책을 써서 비판하고 있다. ‘이번엔 준비를 잘해서 다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경제의 펀더멘털이란 무엇일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과연 튼튼한 것일까.


경제의 펀더멘털은 거시경제지표인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재정수지, 경상수지, 단기외채, 외환보유액 등으로 판단한다. 한국은 올해 성장률을 2.6%로 상향조정했고 인플레이션은 최근 2.9%까지 낮아졌다. 경상수지는 600억달러 이상 흑자가 예상되고 총외채에서 단기외채 비중도 21%로 줄었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9%, 외환보유액은 4130억달러다. 거시경제지표로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 나라 경제 위험도를 나타내는 환율이 30% 이상 올랐다. 글로벌 주가만큼 한국 주가가 오르지 않고, 내국인도 해외주식투자를 선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 여기에 생활물가도 크게 오르는 등 잠재된 펀더멘털에 많은 문제가 있다.

먼저 산업경쟁력의 약화와 저출산 문제다. 중국이 우리보다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상황에서 한국의 주력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지금은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를 대미국 무역흑자로 커버하고 있지만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곧 무역수지는 악화될 수 있다. 여기에 이것도 불황형 흑자다. 수출보다 경기침체로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흑자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경쟁력 약화는 일자리를 줄여서 청년실업률을 높인다. 이는 0.76명까지 낮아진 출산율과 더불어 저성장을 고착시킬 수 있다.


내수침체와 금융부실 증가도 중요하다. 수출이 늘어나면서 성장률은 상향조정하고 있으나 내수는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 초과근무 제도의 경직적 운용으로 시내 음식점과 커피숍은 오후 8시30분부터 주문을 받지 않으며 이 때문에 오후 8시가 되기 전에 이미 시내 교통은 한산하다. 소비와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수침체는 금융부실을 불어온다. 부동산 PF는 이미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고금리로 가계부채 부실 또한 많이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생활물가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측정되는 지표물가는 2.9%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나 식료품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2021년 이래 누적 소비자물가도 12.8%나 올랐다. 생활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임금과 물가상승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우려치 않을 수 없다.


정치적 불안정도 펀더멘털을 나쁘게 하는 요인이다. 22대 국회 개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민생경제를 살리기보다는 당파 간의 정쟁이 지속될 것을 알고 기대를 접고 있다. 여기에 이번 전공의 사태에서 보듯이 이익집단의 반발로 제도개혁이 쉽지 않다. 고령화와 디지털화 그리고 중국 경제 부상으로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경제는 새로운 법과 제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국회에서 결정되는 이러한 제도개혁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경제 앞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몇 가지 거시지표로 한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내수진작으로 금융부실을 막아야 하며 생활물가를 낮추기 위해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유통물류 정보를 디지털화해 과도한 유통마진을 줄여야 한다. 또한 제도개혁에 대한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정책당국은 잠재된 펀더멘털 위험요인을 파악해 한국 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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