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네 가지 악재 조명
AI 랠리 이끈 엔비디아에 우려
부각 시 美 증시 여파 불가피
인공지능(AI) 기술개발 붐으로 최대 수혜를 본 엔비디아의 주가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경우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도 AI발 랠리를 이어온 미국 증시도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WSJ “AI 추종 우려스러울 정도”…악재 넷 조명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의 랠리가 AI에 과도하게 치우쳐있다면서 향후 엔비디아의 주가를 위협할 수 있는 네 가지 요인을 짚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120% 이상 뛰어 주당 1000달러 선을 돌파한 상태다.
먼저 WSJ는 AI가 과대 평가됐고 이로 인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글로벌 리더들이 AI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첨단 AI에 필수적인 거대언어모델(LLM)의 학습 및 추론 수준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환각 현상이 대표적이다. WSJ는 “구글의 제미나이는 피자에 접착제를 추가하도록 권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은 염소와 함께 강을 건너는 법을 물었을 때 양배추가 잡아먹힐 위험을 강조한다”며 “이런데도 AI가 전성기를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보느냐”라고 반문했다.
과열된 경쟁으로 AI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꼽혔다. AI 반도체를 앞세운 엔비디아 영업 마진율은 1분기 기준 65%에 달한다. 다만 인텔, AMD뿐 아니라 xAI와 같은 스타트업도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면서 향후 시장 공급자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엔비디아의 제품이 웃돈을 얹어줄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전부 생산하고 있다. TSMC가 AI 반도체의 납품 가격을 인상하면 대체할 만한 업체가 없는 만큼 엔비디아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WSJ는 진단했다.
이와 함께 오픈AI의 챗GPT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모델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나머지 모델이 시장에서 모두 퇴출당할 경우 엔비디아로서는 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WSJ는 “시장이 리스크에 주의 깊게 기울이지 않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 산호세(San Jose) SAP 센터에서 열린GTC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엔비디아 주가 3.7% 하락…시간 외 거래서도 추가 조정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3.77% 하락 마감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도 1% 안팎 떨어졌다. 미 당국이 대중동 AI 가속기 수출을 위한 허가에 제동을 걸고 AMD, 구글, MS, 인텔이 ‘울트라 가속기 링크 프로모터 그룹’이라는 반(反) 엔비디아 연합을 구성하는 등 악재가 동시다발로 쏟아진 영향이다.
엔비디아 주가 조정이 현실화한다면 미 증시 조정국면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올 들어 미국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졌음에도 뉴욕증시가 랠리를 지속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가 연초 대비 10% 이상 뛴 가운데 시장은 이러한 상승분의 절반은 엔비디아가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전략가는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미국) 증시가 몇 달간 횡보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방어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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