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커뮤니티 '더캠프', 훈련병 사망 글 잇달아 삭제
군기받은 6명 중 한 명 아버지가 작성한 글도 삭제돼
누리꾼 공분…"이렇게 입막음하는데 내부는 더할 것"
입대 장병에게 온라인으로 편지를 전달할 수 있어 군인 가족이 사용하는 필수 앱으로 불리는 국군 소통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더 캠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도한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숨진 훈련병과 관련된 글이 무분별하게 지워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얼차려 이슈로 난리인 육군 12사단 관련 글이 전부 삭제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더캠프에 수많은 군인 가족이 12사단 사건에 대해 강한 비토(veto, 거절·거부)성 글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쓰는 족족 삭제되고 있고 제재 대상으로 한동안 작성 금지까지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캠프 자유게시판에서 삭제된 글은 '삭제된 글입니다' 혹은 '게시물 관리 규정에 의해 숨김 처리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더캠프 자유게시판에 접속하면, 이같은 문구가 잇달아 올라와 있다. 심지어는 게시물 삭제에 대해 항의를 하는 사람들의 글도 즉각 삭제 처리하여 게시판 내에서 훈련병 사망과 관련된 글을 찾아볼 수 없다.
앞서 지난 29일 더캠프 관리자는 공지 사항을 통해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더캠프 역시 안타깝고 슬프다. 다만 (일부 이용자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욕설을 적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게시판 이용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경우, '훈련병이 여장교의 얼차려 명령을 받고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여장교의 신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에서 퍼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캠프, 얼차려 받은 훈련병 6명 중 한 아버지가 올린 글도 삭제 처리
또한 더캠프 측은 12사단에서 훈련병 6명 중 한 아버지가 올린 글도 삭제 처리했다. 훈련병 아버지 B씨는 "우리 아들은 화장실 가려고 꿈틀대다 걸려서 무작정 아무 말도 못 했다"며 "너희가 뭔데 우리 아들들한테 함부로 하느냐. 들어간 지 10일도 안 된 애들한테 이게 할 짓이냐"고 일갈했다. 이어 "인구 감소라는 소리 말라"며 "어린이집부터 군대까지 어디에다가도 애들을 맡길 수 없다. 피해자 가족은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고 가해자는 몇 년만 징역 살고 나오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이 나라가 너무 싫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글은 커뮤니티 내에서 삭제된 상태다.
육군 훈련소에 아들을 보낸 지 2주가 되었다고 밝힌 누리꾼 C씨는 "내 아들까지 잘못될까 봐 피가 마르는 기분이다"라며 "이럴 거면 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제대로 진수 조사를 하지도 않고, 정말 몸이 아픈 건데도 꾀병으로 취급하는 군대에 환멸이 난다. 내 아들도 목숨을 잃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이 외에도 누리꾼들은 "글 삭제해서 입막음하지 말라", "명백히 가해자가 있는 사건인데 역겹다", "이렇게 입막음을 하는데 내부에서는 얼마나 더했을까", "글 삭제하지 말라. 많은 사람이 알게 해 달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사망한 고인은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 인제의 12사단 훈련소에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군기 훈련을 받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후 사망했다. 군기 훈련 규정에 따르면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걷기만 시킬 수 있지만, 구보(달리기)는 물론 선착순 달리기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한 훈련병의 빈소는 지난 28일 전남 나주시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얼차려 명령을 한 중대장은 심리 상태 관리를 위해 멘토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다음 달 4일 인권위 군인권소위원회에서 사안을 심의한 뒤, 의결 후 직권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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