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오, 제주포럼 세계지도자 세션 참석
방위비 2배 증대…'안보상 금기' 깨는 日
"日 국민들 볼 때 GDP 1%는 너무 적다"
전직 일본 총리가 사실상 재무장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국방 정책 변화에 대해 "미일동맹은 전세계 질서 유지를 위한 역할을 한다"는 논리로 정당성을 주장했다. 방위비를 2배까지 늘리기로 한 데 대해서는 "2배라고 표현하지만, 국내총생산(GDP) 1%에 불과한 것을 2%로 올린다는 것일 뿐"이라며 견제를 피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의 '세계지도자 세션'에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좌장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야스오 전 총리, 레베카 파티마 산타 마리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무총장, 까으 끔 후은 아세안(ASEAN)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일본은 2022년 국가안보전략을 개정하는 등 방위비를 1976년 이후 'GDP 1% 이내' 수준으로 유지해온 원칙을 폐기하고, 한도를 2%까지 높였다. 지난해엔 7조9496억엔(약 7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국방 예산을 편성했고, 2027년에는 방위비를 43조엔까지 늘려 세계 3위 군사대국이 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범 국가라는 역사에서 비롯된 '안보상 금기'를 하나둘 깨고 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이 같은 국방 태세의 변화 속 일본이 '선제공격 역량'까지 확보하기로 했다는 점을 짚으면서, 일본 국민들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고 물었다.
야스오 전 총리는 "외국에서 보면 (일본이 적국을 선제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일본의 기본적 사고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전쟁 포기다. 일본은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전쟁 혹은 공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을 때를 상정해서, 인류의 생존이 달린 절망의 순간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방 태세 강화가 공격보다는 자위적 방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스오 전 총리는 "국방 예산을 지금의 2배로 올린다고 해도, GDP 1%에 불과한 것을 2%로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일본 국민들이 봤을 때 'GDP 1%는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상향 목표액이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금 목표액인 GDP 2%와 같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직 이런 내용을 상세히 밝히지 않았다"며 "예산 집행은 내년으로 미뤄지겠지만, 국제사회의 상황 변화를 잘 파악한 뒤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신 미일동맹에 거듭 '중차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일본의 방위비 증대에 에둘러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미·일 동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어려운 안보 상황에서 다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 안전보장의 의미도 갖고 있으며, 세계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중요한 기능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일 동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전세계에 혼란이 시작될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미·일 관계가 전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미국도 노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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